2011. 10. 13. 02:04ㆍ세상은
10월 12일 아침8시. 인천지역의 상인들이 속속들이 남구청 앞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내 상인들은 우루루 청장실 안으로 들어가 “홈플러스 입점저지 농성”이라는 현수막이 펼쳐지며 농성을 하기 시작했다.
“상인 생존 외면하는 민주당은 각성하라”
“중소상인 짓밟는 물러나라”
이들에게 무슨일이 있었길래 구청장실에 몰려가 점거농성을 진행한 것일까?
상인들이 구청장실을 점거한 것은 지난 8월31일 홈플러스 학임점 고공농성에 이은 두 번째 점거 농성이다. 농성의 이유는 숭의운동장 홈플러스 입점과 관련하여 그동안 반대의 입장을 밝혔던 박우섭 남구청장이 사실상 입정으로 선회하면서 청장실 점거 농성이라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상인 앞에서는 “절대 그런일 없다”, 뒤에서는 대형마트 입점 “꼼수”
사실 이번 숭의운동장 홈플러스 문제는 안상수 전임시장 시절부터 발단이 된 문제였다. 당시 상인들 사이에서는 숭의운동장에 대형마트가 수익시설로 들어설 것이라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고, 2008년 12월경 안상수 전임 시장과 상인들간의 간담회에서 상인들은 관련되 사안을 확인받고 싶어했다. 안시장은 상인들에게 “절대로 그런 계획이 없다”라는 답을 상인들에게 확인시켜 주었다. 하지만 이미 2008년 7월에 숭의운동장 하부에 수익시설을 설치할 수 있도록 시와 도개공과 실시협약 체결이 끝난 상황이었고, 수익시설에는 대형마트를 물색하고 있는 실정이었다.상인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는 “계획이 없다”는 확답을 주었으면서, 이미 뒤에서는 대형마트를 입정하기 위한 “꼼수”를 부렸던 것이다.
중소상인경쟁력강화추진위원회를 통해 드러난 홈플러스 입점 계획
2010년 6월 2일.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있는 날이었다. 전국의 모든 곳이 그랬지만 인천 역시 반MB, 반한나라당 바람이 불었고, 야권단일화를 통한 정권교체가 이루어졌다. 지방선거운동 당시 송영길 인천시장과 인천지역 중소상인단체는 중소상인 보호를 위한 정책협약을 맺었고, 시는 이에 기초해 중소상인경쟁력강화위원회를 구성하게 되었다.
송시장이 당선되면서 숭의운동장에 수익시설로 대형마트가 입점한다는 사실이 빠르게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때 까지만해도 구체적인 사실이 알려진게 전혀 없었다. 구체적인 사실이 밝혀지기 시작한 것은 2010년 10월 22일 중소상인경쟁력강화위원회 회의가 진행되면서였다.
처음으로 위원회가 열린 이날, 인천시는 사실상 대형마트가 입점하기로 했다는 내용이 보고 하였고, 중소상인경쟁력강화위원회는 상인들의 거센 항의와 비판으로 분위기기 험악해졌다. 동시에 그동안 허위보고한 담당자를 문책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 동안 당시 김진영 시 도시계획국장은 대형마트 입점이 정해진 바 없다고 했으며, 중소상인들을 만난 두 달 전(=2010년 10월 초)까지도 “대안을 세워 대형마트가 입점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히면서, 이에 중소상인들은 준비했던 ‘인천상인대회’ 집회를 철회한바 있었기 때문이다. 사태의 심각성은 중소상인경쟁력강화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참여해 업무를 보고 받아야 인천시 정무부시장조차 이 같은 사실을 전혀 몰랐다는 데 있었다.
결국 모든 것을 원점으로 돌려 다시 중소상인경쟁력강화위원회에서 논의되기 시작했고, 결국은 인천시에서는 두 가지 이유에서 홈플러스 입점을 결정하기에 이른다.
첫째는 홈플러스가 행정심판, 소송하게 되고, 그러면 패소될 확률이 높을 뿐아니라 장기간으로 시간이 걸려서 공사에 차질이 빗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인천시가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다. 현재 공생발전이라는 사회적 분위기에 따른 회사 이미지 실추와 숭의운동장 입점에 대해 그렇게 강한 의지가 없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홈플러스 입점이 안될 시 인천시가 전체 공사비(2,246억원)를 다 책임져야 하므로 홈플러스 이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 2011년1월 인천시중소상인경쟁력강화 추진위원회 소위원회 회의자료에 의하면 “ 대형마트의 설치를 하지 아니할 경우에 다른 수익시설로 전환하여야 할 것이며, 그로 인한 비용부담의 문제는 법적인 문제가 아니라 결국은 재정 문제로 보아야 할 것임” 으로 되어 있었다. 또한 아레나파크 담당자들은 홈플러스의 입점여부가 주상복합 아파트 분양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는 전문가 의견에 수긍하였고, 다만 선 투입된 공사비만 도개공이나 인천시로부터 받으면 자신은 굳이 홈플러스 고집할 이유가 없다고 입장표명 하였던 것이다. 결국 이 문제는 선 투입된 공사비 368억원 문제이며, 이를 전체 숭의운동장 재생사업으로 확대하여 상인들을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입점 반대에서 허가로, 다시 반대로
이런과정 속에서 상인들이 기댈수 있는 유일한 희망은 바로 허가의 권한이 있는 남구청이었다. 그 동안 박우섭 남구청장은 “매주 수요일 영업 휴무”, “농산물·축산물·수산물 매장 축소”, “발전기금 5웍원 증액”의 조건을 충족시키기 않으면 입점을 허가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따라서 상인들은 홈플러스가 입점을 포기하도록 홈플러스를 대상으로 싸움을 전개해왔다
. 하지만 홈플러스 측이 4일 남구에 “1일 휴무는 가혹하다”며 조건 변경을 요구하였고, 박우섭 구청장은 1일 휴무 방안을 철회하는 대신 홈플러스 입점 1년6개월 유예안으로 2013년 3월에 입점한다는 조건하에 숭의운동장 내 홈플러스 입점을 허가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상인들은 들끓었고, 12일 오전 8시쯤 남구청장시를 점거농성하기에 이른다. 결국 오후 2시쯤 박우섭 남구청장과 상인들간에 자리가 마렸됐고, 이 자리에서 청장은 “송영길 인천시장과 면담을 거친 뒤 입점기간 연장을 결정해 달라”는 시장상인들의 제안을 받아들여 홈플러스 입점을 원점으로 되돌리면서 상인들은 농성을 풀었다.
대형마트간 경쟁속에 붕괴되는 지역상권
남구청장의 입장 선회로 다시 숭의운동장 홈플러스 입점은 원점으로 돌아왔고, 상인들은 잠시 나마 걱정을 덜게 되었다. 하지만 경제불황과 이미 입점한 대형마트에 또 하나가 들어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마음은 더욱 무거울 수 밖에 없다.
반경 4KM 이내에 대형마트가 4개로 포화상태이고, 더욱이 이미 홈플러스가 2개 입점해 있는 상황에서 숭의운동장까지 입점을 하게 되면 3개로 늘어나 같은 회사가 경쟁하는 상황. 결국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고 대형마트들의 경쟁속에 무너져가는 것은 전통 시장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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