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목에 칼 채우는 송도국제영리병원

2011. 10. 25. 12:56세상은

10월 24일. 인천시청 앞에서 한 사람이 머리에 칼을 채우고 앉아 있다. 칼 앞면에는 “의료민영화 불러올 송도영리병원 설립을 즉각 중단하라”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지난 10월10일 이종철 경제청장은 지식경제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에 현행 '경제자유구역의 지정.운영에 관한 특별법'시행령 규칙의 빠른 개정을 촉구했다. '경제자유구역에는 투자개방형 병원을 설립할 수 있다는 요지의 특별법(제 23조)을 고치지 않고도 병원 설립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검토결과가 나왔다'며 정부가 특별법 시행령과 시행규칙만 바꿔주면 된다고 정부에 요구한 것이다. 이에 화답하듯 지식경제부는 17일 경제자유구역법 시행령 개정을 입법예고하였고 인천 경제청은 올해안에 영리병원 사업자를 선정하여 구체적인 영리병원 설립에 들어가겠다는 의지를 노골적으로 밝히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의료민영화 저지 및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한 범국민운동본부 인천지역본부와 민주주의확대,신자유주의반대,반전평화를 위한 인천지역연대는 24일 오전10시30분 인천시청앞에서 ‘송도영리병원 설립저지와 이종철 경제청장 해임촉구! 인천시청 앞 농성돌입’기자회견을 열고 31일까지 릴레이 농성에 돌입을 선포한 것이다.

영리병원이 뭐길래...

현재 우리나라는 「의료법」에 근거하여 의료인 개인과 비영리법인만이 의료기관을 개설 할 수 있다. 특히 영리법인이 의료기관을 개설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는데, 이것은 돈을 벌기 위해 자본이 의료에 투자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병원’이란 곳은 이윤을 목적으로 해서는 안 되는 곳이라는 취지 때문이다.

‘영리법인병원(영리병원)’이란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주식시장의 기업이나 개인들이 병원에 자본을 투자하고 그에 대한 이윤추구와 함께 자본출입을 자유롭게 허용하는 주식회사병원을 뜻한다. 즉, 영리법인 병원에서는 수익이 발생하면 투자자들에게 이익으로 배당되는 구조이므로, 병원의 수익이 병원 바깥으로 빠져 나갈 수 있게 되며, 따라서 병원은 투자자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해 돈벌이를 위한 의료사업에 나설 수 밖에 없게 된다.

반면 ‘비영리법인 병원’에서는 수익이 발생하면 이를 병원 내로 재투자하도록 의무화 되어 있다. 따라서 아무리 수익을 창출한다 해도 병원 외부로 이를 유출시킬 수 없고 반드시 인력, 시설, 장비 등 병원 내로 재투자 하여야한다는 의미이다.

영리병원 도입은 의료의 질·공공의 질 하락과 의료비 폭등을 불러온다

앞서 살펴본 대로 영리법인병원은 비영리를 기반으로 존재하는 기존의 병원과는 차원이 다르다. 자본투자자에게 이익을 배당하는 것이 목적인 주식회사병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의료진 이외에는 값싼 인력을 선호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게 되고 임대, 주차, 상업시설 등 부대수익사업과 홍보 등 마케팅과 진료와 상관없는 시설투자에 주력하게 되는 등 결과적으로 의료의 질이 하락하게 된다. 대표적인 의료민영화의 나라 미국의 경우 영리법인병원보다 비영리법인병원의 의료수준이 월등히 높은 것은 위의 결과를 잘 반영해 주는 사실이다.

더욱이 영리병원이 도입되어 제약회사, 의료기기 업체가 병원의 주주로 참여할 수 있게 된다면, 이들은 진료과정에서 자회사 약품과 기기를 처방하거나 권유함으로써 수익을 높이려 할 것이고, 이는 결국 영리병원을 방문하는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의 상승으로 직결될 수 밖에 없는 구조가 된다.

또한 영리병원은 의료비 수입을 높이기 위해 건강보험에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항목처방을 늘리는 방식으로 국민의료비 부담을 키울 것이고, 국민건강보험이 보장하지 못하는 비급여영역을 보장하는 민간보험이 활성화되고, 국민건강보험 의무가입에 대한 불만이 부유층을 중심으로 확산될 우려가 크다. 이런 과도한 병원경영은 결국 경쟁에서 도태된 중소병원의 몰락으로 이어져 시민들의 의료비 지불금액이 상승되고 의료기관에 대한 접근성을 떨어뜨리는 피해로 이어질 것이다. 이로인한 고용감축과 인건비 절감은 불을 보듯 뻔할 것이고, 이로 인한 고용의 질 역시 하락될 것이다.

영리병원은 의료양극화와 건강보험제도 붕괴를 가져올 것이다.

영리병원의 돈벌이 의료행태는 기존의 비영리병원들에게도 확산되어 결과적으로 서민과 중산층의 의료비 부담은 더욱 가중될 것이며 건강보험기능은 위축되어 재정이 어려워질 것이다. 상류층은 민간의료보험으로 이 문제를 해결 하겠지만, 대부분의 국민들은 건강보험의 보장성이 낮아져 질 낮은 의료를 이용할 수밖에 없거나, 치료혜택에서 아예 벗어나 의료사각지대로 내몰릴 것이다. 의료이용의 양극화는 심화될 것이고 기존의 건강보험제도는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붕괴될 것으로 예측된다. 하지만 이 예측이 미국에서는 이미 벌어지고 있다.

미국 의료민영화의 문제점을 지적한 마이클 무어의 다큐멘터리 영화 <식코>를 보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의료민영화가 된 미국에서 맹장 수술은 천만원이나 든다. 또한 2cm 정도의 상처를 봉합하는 수술에도 400만원이 필요하고 출장 중 미국에서 차문에 끼어 두발을 꾀멘 손가락 수술비는 150만원, 급성장엽수술은 3천만원이 든다는 냉혹한 현실은 앞으로의 의료민영화가 추진될 대한민국의 앞날을 말해주는 것이다. 어떤 한 남자가 자신의 차고지에서 일을하다 두 개의 손가락이 잘렸는데 약지는 만2천달러, 중지는 6만달러를 요구하면서 결국 그남자는 돈이 없어 한 개의 손가락만 선택했다는 인터뷰는 의료민영화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우리나라에 비영리병원이 어딨나? 모두 영리병원 아닌가?


혹자는 이렇게 말할수도 있겠다. 현지 우리나라의 병원들 중 영리를 추구하지 않는 병원이 어디있냐고. 명목상 비영리병원이지 실제 모두 영리를 목적으로 병원을 운영하고 있지 않느냐는 물을 수도 있을 것이다. 맞는 말이다. 우리나라의 공공의료 기반은 매우 취약하다. 의료선진국의 공공병원 비중을 보면 캐나다, 덴마크는 100% 수준이고, 노르웨이, 영국, 수웨덴 등도 90%가 넘는다. 민간보험 중심인 미국마저도 30% 수준인데 우리나라는 10%로 OECD 국가중 최하위다. 공공의료 기반이 취약한 우리나라 의료체계에 영리병원이 도입되면 더 열악한 의료환경에 처해질 것이다.

의료법상 병원은 영리를 추구할 수 없는 것이 현실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병원은 과잉진료와 비급여항목을 늘려가며 돈벌이를 하고 있다. 그러나 영리를 추구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의 테두리 안에 있고 이익을 보장해 주어야 하는 주주가 없기 때문에 병원이 돈벌이를 하는데는 한계가 있다. 그나마 앞서 식코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는 이유는 국민건강보험이 있고, 법에서 영리를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미국과 같은일이 벌어지지 않는 것이다. 민간병원이 90% 이상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영리병원마저 도입된다면 우리나라 건강보장체계는 어떻게 될까? 만약 영리 병원이 등장하게 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마음 놓고 환자를 돈벌이 수단으로 삼을 것이다.

이렇듯 비영리법인인 병원이 영리를 추구하는 것은 우리나라 보건의료 체계의 문제이다. 의료전반적으로 공공적 성격보다 사적성격이 매우 강하며, 공급의 독특한 소유 지배 구조의 문제가 심각 하기때문이다. 서류 상 비영리법인이지만, 실질적인 지배구조를 살펴보면 법인 이사장이나 재벌 기업의 오너, 혹은 그 가족이 지배하는 경우가 많다. 그 결과로 비영리 기관임에도 불구하고 이윤 추구 성격이 매우 강하여 수도권에 집중되고, 필수적인 치료와 재활 예방서비스보다 비싼 검사와 최첨단 시술을 강조하고, 과잉진료와 비급여 항목이 증가하게 되는 것이다. 현재 구조에서 병원이 영리추구를 못하게 하려면 공공병원이 아닌 민간병원이라 하더라도 조직의 소유와 지배 구조를 공개적∙민주적으로 돌리고, 관리운영의 투명성과 시민참여의 증대가 필요하며, 영리가 목적이 아닌 사회적 편익을 최대로 하는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영리병원 추진이 아니라 지역거점(공공)병원 확충 및 강화가 시급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천광역시가 영리병원 도입을 앞장서서 추진하는 것은 인천시민의 보건의료 및 건강 수준 향상을 핵심 목표와 과제로 삼고 활동해야 할 인천광역시의 본분을 잊는 것이다. 지금은 영리병원 설립을 추진 할 때가 아니라 현재의 보건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하여 지역거점병원의 양적 확충을 포함한 공공보건의료의 인프라 및 역량을 강화하고, 공공보건의료체계를 새롭게 세우고, 보건-복지연계 체계를 구축하며, 공공과 민간의 협력체계를 만들어나갈 때이다.
 

이러한 공급체계에 대한 공공성 강화가 병행되었을 때만이 당면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산재보험 개혁 등 무상의료의 실현이 실천적 의의를 획득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맞게 인천광역시는 송도를 통해 바이오산업 활성화, 의료관광 활성화를 꾀하려고 하더라도 영리병원을 도입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기존의 지역거점병원의 역할을 수행한 비영리병원 및 공공병원의 공공성 및 역량 강화를 꾀하고, 지역거점병원이 부재한 지역에서는 지역거점공공병원을 확대, 신설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인천광역시는 실효성도 없고 인천 시민에게 독이 될 영리병원 추진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