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0. 11. 12:21ㆍ세상은
어제 언론에서는 금융당국이 이르면 내년부터 1만원 이하는 신용카드 결제를 거부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취지는 소상공인들의 카드 수수료 부담을 덜어주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과연 1만원 이하 소액결제 거부가 소상공인들의 카드 수수료 부담을 덜어줄까?
대형마트와 차별되는 소상공인 카드수수료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었다. 현재 대형마트나 백화점에서의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는 15.%~2.0%가 부과되고 있다. 하지만 중소상인들에게 부과되는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는 2.5%~3.5%로 대기업에 비해 상당히 높은 비율이다.
카드 수수료는 모든 상품매출액의 일정부분 마다 카드 수수료가 부과된다. 특히 마진율이 평균 30%로 볼때, 그냥 10%가 카드 수수료로 빠지게 되고 여기에 경상경비까지 상계하고나면, 수수료가 20-30%까지 이익을 잡아먹는 경우가 생긴다. 상황이 이러하니 카드 수수료를 낮춰달라고 자영업자들이 아우성이고, 중소자영업자들이 거리로 나서며 집단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집단 행동의 시작은 2004년 이른바 ‘솥단지 시위’였고, 7년이 지난 지금 여전히 수수료는 낮춰지지 않았으며, 중소상인들인 또다시 집단행동을 준비하고 있다.
1만원 이하 신용카드 소액결제 거부, 중소상인에게 전혀 이득이 없다
정부의 입장에서는 어찌보면 이번 1만원 이하 소액결제 거부가 집단행동을 하는 상인들을 잠시 잠재우는 해결책이라 볼 수 있다. 사실 1만 원 이하의 소액결제를 거부하면 당장은 영세자영업인의 카드수수료 부담이 줄 것이다. 그러나 과연 이러한 것이 그만큼의 효과를 거둘까? 결론은 전혀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의 신용카드 사용은 현금서비스나 카드론, 리볼빙과 같은 기능보다 단순 결제기능이 대부분이며, 그 중에서도 할부구매보다 일시불구매가 절대량을 차지하고 있다. 이것은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빚을 내서라도 소비를 하기보다 소득에 맞추어 안정적인 소비를 하는 경향이 크고 소득공제와 같은 혜택이 있기 때문이다. 즉 우리나라 사람들은 동네수퍼에서 소액의 물품을 구매하거나,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에 5천 원짜리 밥 한 끼를 사먹고도 카드로 결제하는 것이 이미 습관화 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는 정부에서 세금까지 깍아주면서 신용카드 사용을 권한 결과였다.
아주 작은 금액도 카드로 결제하는 소비 패턴이 이미 자리를 잡았는데 당장에 소비패턴을 소비자들은 바꾸려 할까? 동네슈퍼나 작은 식당에서 소액결제를 거부하면, 당장에 소비자는 그 상점을 이용하지 않을테고, 이는 영세자영업인들의 매출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필자도 현금을 가지고 다니지 않고, 카드결제를 하기 때문에 카드결제가 되지 않는 상점은 가지 않게 된다.) 오히려 동네 슈퍼에서 소량으로 구매하려던 것을 대형마트에서 한꺼번에 구매하는 소비패턴으로 바꿀 개연성이 높고, 결국 중소상인들은 또다시 대형기업에게 고객을 빼앗기게 될 것이다. 더욱이 대형마트나 기업형 슈퍼마켓은 소액결제가 거의 없기 때문에 정부의 이러한 제도로 인한 매출 감소는 거의 없을 것이며, 결국 손해는 소비자와 중소상인에게 돌아갈 것이다.
대안은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
조선일보에 언론기사에서는 "현재 수수료 체계에 따르면 똑같은 매출 1000만원에 대해 골프장은 카드사에 15만~33만원의 수수료를 내는 반면, 분식집 등 음식점은 21만~27만원의 수수료를 내고 있다"라는 보도가 있었다. 실제로 중소가맹점들의 요구사항은 가맹점 수수료를 대형마트 수준인 1.5%로 이하로 낮춰달라는 것이다. 이러한 요구를 정부는 소액결제라는 ‘꼼수’로 일단 피하려고 하는 것이다. 즉, 현재 정부의 태도는 카드사의 신용결제 원가 공개를 통한 합리적인 신용카드 수수료 산정과 영세가맹점에 대한 정부의 재정적, 제도적 지원책이라는 정공법을 회피하고 꼼수를 도입하는 것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현재 중소상인들의 집단행동과 시민들의 불편을 막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무엇일까? 앞서 언급했지만 경제의 고속도로에 비유할 수 있는 신용결제시스템을 공적 성격에 맞게 원가의 투명한 공개, 시스템 운영에서 정부의 재정기여, 비용부담 비율에 대한 이해관계자들의 평등한 협상권이 보장되는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통해 중소상인들의 가맹점 수수료를 대형가맹점 이하로 인하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