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용규 OBS사장, '쪽문' 통해 취임 강행

2009. 2. 17. 16:30세상은

차용규 OBS사장, '쪽문' 통해 취임 강행
차 사장, "적법 절차에 의해 선임된 사람 이렇게 하면 안돼"

2009년 02월 16일 (월) 14:11:35 기수정 press@incheonnews.com



OBS경인TV 신임 사장에 선임돼 16일 취임식을 치르기로 예정된 차용규(60)씨가 첫날부터 출근을 저지하는 노조와 마찰을 빚어 취임식은 비공개로 간략하게 진행됐다

차용규(60)신임 사장은 이날 오전 부천 OBS 사옥으로 첫 출근하는 과정에서 차 사장의 출근을 저지하는 노조와 마찰을 빚고 정문을 피해 쪽문으로 출근했다.

희망노조는 10시에 있을 차 사장의 취임식 역시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 10일부터 철야농성에 돌입한 노조는 11일에는 서울 프레스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MB'특보 출신의 민영방송사 장악을 규탄할 것을 결의했으며, 차 사장이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거쳐 신임 OBS 경인 TV 사장에 선임된 날인 12일에는 피켓 시위를 벌이며 사장 선임을 강하게 저지하기도 했다.

사장 취임식이 있는 16일 차 사장이 출입한 후 사측은 모든 출입문을 원천봉쇄했으나, 노조원들은 창문을 통해 취임식장으로 진입했다.

 
 
  ▲취임식장으로 진입을 시도하는 OBS 노조원들 ⓒ기수정 기자

그러자 취임식을 진행하던 임직원들은 급히 2층 회의실로 자리를 옮겼고, 또다시 2층으로 진입을 시도하려던 노조원들과 사측간의 치열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사측 직원들이 2층 회의실로 진입하려는 노조원들을 막아서고 있다.ⓒ기수정 기자

여러 차례 취임식장으로 진입을 시도하려던 희망노조는 결국 철수했으며, 방송체험관에 모여 투쟁 결의를 다졌다.

   
 
  ▲투쟁을 결의하는 OBS 희망노조 김인중 위원장 ⓒ기수정 기자  
이 자리에서 김인중 노조위원장은 “노사간 소통이 잘 되도 될까 말까한 상황에서 직원을 피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지금까지 잘 싸워온 만큼 앞으로도 힘을 합쳐 투쟁하자”고 결의를 다졌다.

그러면서 “우리 집행부가 주체임을 다시 한 번 보여주면 OBS는 전 국민의 사랑을 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전국언론노조 최상재 위원장은 “문제가 있을 때는 사

   
 
  ▲노조원들을 독려하는 전국언론노동조합 최상재 위원장 ⓒ기수정 기자  

원들 앞에 당당히 나서는 사람도 어려움을 헤치기 힘든데, 오히려 도망치고 있다.”며 “차용규 씨는 그 존재만으로도 백해무익하다”고 못 박았다.

최 위원장은 “OBS의 수장이 누가 돼야 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면서 “주주들을 설득하고, 논의해야 하고, 문제점의 대안을 찾아 해결하도록 힘을 모아 지혜롭게 헤쳐 나가자”고 독려했다.

한편 노사간 극심한 진통 끝에 차 사장의 취임식은 간부사원과 비노조원 등 3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10시 20분부터 약 20분간 진행됐다.

취임식이 끝난 후 차용규 신임 사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입장을 밝혔다.



   
 
  ▲차용규 OBS 신임 사장이 취임식이 끝난 후 기자회견을 열어 입장을 밝히고 있다. ⓒ기수정 기자  
-취임 소감을 밝혀 달라.

현재 OBS가 어렵다는 소리를 들었다.
전공인 경영전문을 살려 어려운 회사를 안정시키고자 사장에 공모하게 됐으며, 총 6명의 공모자 중 내게 사장 자격이 주어져 취임하게 된 것이다.
사장 취임을 많은 분들께 축하받지 못해 섭섭한 감도 없지 않지만, OBS를 살려야 한다는 사명감은 변함없다.
앞으로 방송의 고유 목적인 공익성과 공공성을 살리는 데 주력하겠다.

-사장 취임과 관련해 노조가 지속적으로 반발하고 있는데?

솔직히 이해할 수 없다. 사장에 취임해서 하는 일들을 본 후 책임 추궁은 그 때 해도 늦지 않는데, 기본적 예의를 무시하고, 물리적인 반발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적법 절차에 의해 선임된 것이 명백한데 이를 저지하는 것은 옳지 않다.
내가 사장에 공모한다는 것을 알았을 때, 100% 자체 편성을 하는 OBS에서 현재 재원으로 어떻게 적자를 극복하겠나며 많은 지인들이 이를 만류했지만, 나는 어려운 도전을 하고자 한다.

-특보 출신 사장이라며 반발하고 있는데?

특보를 한 것도 새로운 일을 한 번 해 본 것이라고 생각하며, 그 이상의 의미를 두지는 않는다. MB 특보와 사장 취임은 전혀 무관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밝혀 둔다.
나는 정치권도 아니고, 언론계 출신도 아니다.
현업에 대해선 전적으로 방송 전문인들에게 일임할 것이다.

-울산방송 재직 당시 사원의 횡령을 몰랐다는 이유를 들어 경영 능력 부족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는데?

사원의 횡령 사건이 있었던 것은 맞다. 따라서 나는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의를 내비쳤다.
이 과정에서 나는 사람을 믿어서도 안 되고, 한 자리에 오래 있어서도 안 되겠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경영 능력 부족인 사람을 한 회사에 9년씩이나 두겠는가? 경영을 잘 했기 때문에 오랜 기간 재직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노조가 계속적으로 반대한다면?

이렇게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는 데 누가 방송을 보고, 광고를 한다고 하겠나?
현재는 프로그램 제작과 보도기능 확대 등 여러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앞으로도 출근 저지가 계속적으로 이뤄진다면, 인사조치도 강행할 생각인가?

적법 절차에 의해 선임된 사람을 이렇게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나는 내 할 일을 충실히 수행할 것이다.
인사조치도 필요시에는 하겠지만, 그게 최선은 아니다.

-역외재송신 문제에 대한 입장은 어떤가?

역외 재송신 문제는 해결돼야 한다.기본은 해 줘야하는 것 아닌가.
한국방송광고공사의 광고 배분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방통위의 역외 재송신이 승인되지 않아 지난해에도 420억의 적자를 냈다.
운영.유지 기반이 마련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타 지역방송과 비교해 봤을 때 OBS는 광고 비율은 8%정도에 그치고 있다.

-노조와 대화 의향은 없는지.

회사를 살리는 데 노사 화합은 필수다. 요청하면 언제든지 대화할 것이다.

-구체적 경영 방안에 대해 설명해 달라.

프로그램은 돈이 많으면 많이 만들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이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적은 경비로 특화된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회사측에서도 끊임없는 지원을 할 것이다.
전 임직원이 이를 위해 단결하고, 노력한다면 1년 이내 손익분기점은 돌파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사원들은 구조조정을 막고자 10%의 임금을 반납했는데?

나는 이 사안을 참 긍정적으로 본다. 그런데 왜 내 취임을 반대하는가? 이는 이율배반적이다.
구조조정은 옳은 방법이 아니다. 사람 정리는 최후의 문제다.
서로 열심히 노력하면 견딜 수 있을 것이다.

차용규 신임 사장의 기자회견이 끝난 후 안석복 경영본부장이 사장 선출 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안 본부장은 “공모가 끝난 후 사회이사 2명, 일반이사 2명, 사회전문가(올 해-경제 관련 전문가)2명 등 총 5명의 대표이사추천위원회가 구성됐으며, 심사를 거쳐 그 결과를 이사회에 보고하고, 주총 통해 선임됐다“고 밝혔다.

그는 또, “충분한 심의가 이뤄졌으며, 별 무리 없이 진행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력서, 경영계획서, 자기소개서 등의 서류 심사와 인물평가로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으며, 이에 대해 사측은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노조 측은 여전히 차용규 신임사장 선임을 반대하고 있어 노사간 갈등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ㅁ기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