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지도 않고, 민생이 안정될 것 같지도 않은 ‘민생안정대책’

2009. 3. 16. 10:01세상은

[논평] 긴급지원이 임시방편의 동의어는 아니다.

- 새롭지도 않고, 민생이 안정될 것 같지도 않은 ‘민생안정대책’


오늘(3월10일)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민생안정 긴급지원 대책을 발표하였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12만명, 긴급복지 대상자 3만 가구 추가 확대, 한시생계 구호, 희망근로 프로젝트, 자산 담보부 융자 등 신규맞춤형 지원 프로그램에 대한 추경예산을 편성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정부가 제시한 대책은 전혀 새롭지도 않고, ‘민생이 안정’될 것이라고 기대되지도 않는다.

경제 위기 상황 전에도 이미 최저생계비 이하의 빈곤 상태에 처해있으나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빈곤층이 무려 380여만 명1)이며 근로빈곤층도 230만명에서 550만 명2)이 존재한다고 추계된 바 있다.

이들에 대한 근본적 대책 없이 임시방편으로 점철된 민생안정 대책에 대해 실망을 금할 길이 없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를 12만 명 늘리겠다고 하지만 2009년 1월 기초생활보장 신규수급자가 11,236명이다. 1월 수준으로 증가한다고 단순 계산하여도 신규 수급자만 13만5천여 명이 예상된다. 경제 위기가 하반기로 갈수록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하면 신규수급자는 이보다도 더 증가할 것이다.

또한 기초생활보장 신규 수급자는 2006년 110,970명, 2007년 113,241명, 2008년 100,206명으로 최근 3년만 보아도 매년 10만 명이 넘었다. 2009년 예산은 2008년 예산보다 1만 명 줄여 편성하였으니 결국 12만 명은 자연증가분으로 예비비에서 지출해도 무방한 수준이다.

올해와 같은 경제위기상황에서 자연증가 인원만을 추경에 반영한 것은 ‘대책’이라고 명명할 수도 없는 것이다.


긴급복지 지원 대상자는 3만 가구, 8만 명을 더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예산이 4만 가구, 10만 명이었으니 대상자가 거의 2배에 가깝게 늘어나고 예산은 515억원에서 2,088억원으로 4배 가량이 증가하게 된다.

2009년 휴폐업, 이혼 등이 위기 사유로 추가되었고, 얼마 전 주거지원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하였으며 이번에 대책만 해도 실직, 교육 등을 신규로 포함하겠다고 하였다.

위기사유도 다양해지고, 대상자가 늘어나는데 이를 담당할 인력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긴급복지지원 요청을 받으면 실태를 조사하고, 지원을 실시하고, 적정한지 심사도 해야 한다. 긴급지원으로 위기상황이 해결 안 될 경우 다른 사회복지서비스로 연결도 해줘야 한다.

누가 이 일을 다 한단 말인가?


맞춤형 프로그램은 더 문제가 많다.

정부는 한시생계구호 조치로 최저생계비 이하의 소득을 가진 근로무능력 가구에게 12만원에서 36만원까지 현금을 지급하겠다고 한다.

그동안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에 대한 문제제기가 끊이지 않았고, 이 때문에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 소득인정액 기준 개선 등 기초생활보장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최저생계비 이하의 소득을 가진 노인·장애인·중증질환자는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대표적인 계층으로 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 지원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들이 무려 110만 명이 존재한다는 것이 오늘 정부의 발표 내용이다.

그런데 기초생활보장제도를 개선하여 사회안전망 안으로 진입시키는 것이 아니라 6개월 동안 평균 20여만 원을 지원하는 임시방편으로 문제를 풀겠다는 것이다.

6개월간 20만원을 지원해 주면 6개월 뒤 이들에게 근로 능력이 생기나? 부양가족이 생기나? 110만 명은 6개월 뒤에 어떻게 되는 것인지 정부는 이에 대해 분명하게 답해야 할 것이다.


또한 희망근로프로젝트란 이름으로 소득이 최저생계비 120% 이하인 차상위 계층 86만 명에게 공공근로를 실시하고 현금과 전통시장 상품권을 반반 지급하겠다고 하였다.

1999년에만 약 50만 명이 참여했지만 취업교육 미비, 예산낭비, 관리 부실 등이 지적되었던 공공근로의 화려한 부활이다.

부활이긴 한데 현금으로 지급했던 과거 방식보다 후퇴한 것이다.

전통시장상품권으로 50%를 지급한다고 하는데 전통시장 상품권의 사용처가 제약되어 있으니, 정부가 제시한 월 83만원을 기준으로 하면 월 40여만 원을 식비를 중심으로 한 생계비로 지출하라는 것이 된다.

정부가 발표한 같은 자료에 의하면 소득 1~5분위 평균 가계생계비 중 식료품비는 28.1%에 그치고 있다. 교통 통신비가 17.1%임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대책이 포함되지 않았다. 정부의 대책은 기본적으로 빈곤층의 지출비중도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상품권을 재판매하여 현금화하는 이른바 ‘상품권 깡’이 발생할 여지가 매우 높지만 아무런 대책도 없다.

게다가 이나마도 6개월에 지원에 그치고 있다.

근로능력이 있는 차상위 계층이 빈곤 상태에서 벗어나려면 직업 훈련, 안정된 일자리 등 제대로 된 자활지원이 필요하다. 6개월짜리 공공근로는 빈곤을 6개월 연장할 뿐이다.


오늘 발표된 민생대책은 아무리 살펴봐도 깊이 고민하여 추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이라고 보기 어렵다.

정부가 진정으로 서민생활 안정을 위해 사회복지 서비스를 강화하겠다면 기초생활보장제도, 긴급복지지원제도를 개선하여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대상자를 확대하는 것이 우선이다.

일자리를 만들고 싶다면 제대로 된 일자리, 일하고 싶은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긴급지원이 임시방편의 동의어는 아니다.



국회의원 곽정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