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3. 6. 11:44ㆍ세상은
■ 작성일 : 2009년 3월 4일 ■ 담당 : 이미자 보좌관(010-9493-4290) |
[논평] 농업선진수출국 뉴질랜드서 식량수입국 한국농업 비판한 이명박 대통령 “뉴질랜드 복지․교육 정책도 배우고 오라!” |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3일 뉴질랜드의 식물식품연구소를 시찰, 현지 민관 관계자들과의 간담회에서 “한국 농촌도 많이 발전했는데 아직 투자에 비하면 농산물 경쟁력이 썩 높지 않다”면서 “농업개혁 이전의 뉴질랜드와 같이 한국 농촌은 여전히 (정부) 지원을 받아서 하고 있는데 이제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는 마치 우리나라 정부가 농업부문에 지금까지 무수한 투자를 해왔지만, 농민의 국가의존성으로 여전히 경쟁력 낮은 농업구조를 바꾸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으로 해석된다.
우리나라 농업혁신을 위해 농업선진국인 뉴질랜드의 시스템을 벤치마킹하기위해 방문한 시도를 폄하할 생각은 없다. 다만, 뉴질랜드라는 국가 전체가 움직이는 시스템은 망각하고, 오로지 농업부문만 따로 떼 내어 우리 농업을 국가지원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애물단지마냥 비판한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서는 매우 심각한 우려를 표현하지 않을 수 없다.
국토의 54%가 목초지인 뉴질랜드는 농업에 적합한 온화한 기후로 오래전부터 농업이 발전해왔다. 뉴질랜드는 1950년대에 이미 1인당 국민소득이 세계 5위인 경제 부국이었고, 별다른 국가지원 없이도 충분한 경쟁력을 지니고 있었다. 1970년대 이후 오일쇼크, EEC가입 등으로 경기침체의 늪에 빠지게 되었을 때, 정부는 국가 주요 산업인 농업에 전체 국가 예산의 2~4%를 투입해왔고, 농업개혁이 진행됐던 1987년에도 농업부문 구조조정에 필요한 대규모 공적자금 투입, 전체 국가예산 가운데 6.85%를 농업예산으로 책정했다. 이들 농업예산 가운데, 보조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1980년 48%, 1984년에는 69.3%까지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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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
한국 |
농가수 |
6만6천호(70%가 축산농가) |
138만호(50%가 쌀생산농가) |
농가당 평균경작지 |
251ha |
1.37ha |
농가당 조수입 (농가소득) |
약 1억원 |
2,300만원 |
무역 |
양고기, 쇠고기 생산량 75~80% 수출 사과 생산량 60% 수출 |
양곡 국내 수요량의 70% 수입 쇠고기 국내 수요량의 40% 수입 |
이후 과도한 농업예산 투입의 부담에서 벗어나기 위해 농업예산은 지속적으로 감소, 현재 뉴질랜드의 농업예산은 정부가 주장하듯, 전체예산의 1% 이하 수준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농업개혁 이후에도 필요한 고비고비마다 농업예산은 전년에 대비하여 큰 폭으로 증가했다. 불가피한 공적자금이 투입됐던 1987년( 전년대비 588% 농업예산 증가)을 논외로 하더라도, 1989년에는 전년대비 47.2%가 증가했고, 1995년도에도 전년대비 28.2%나 증가했으며, 1999년도에는 국가 전체예산이 전년대비 4.4%밖에 증가하지 않았음에도, 농업예산은 전년대비 61%나 증가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뉴질랜드 탐장을 통해 농업개혁 이후의 뉴질랜드를 선진적 모델로 보고, 우리나라 농업역시 국가지원에 의해 지속하는 농업에서 탈피, 자립의 길, 경쟁력 강화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했지만, 이 대통령은 몇 가지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우선 뉴질랜드는 1950년 이후 줄곧 농업수출국의 지위를 유지해오고 있다. 더불어 뉴질랜드의 곡물 자급률은 69%(우리나라 식량작급률은 27%에 불과)육박한다. 더욱이 축산물의 경우, 세계에서 가장 많은 버터와 탈지분유를 수출하고 있고, 치즈와 전지분유 수출 역시 세계 2위를 자랑한다. 뉴질랜드는 2008년 현재 우리나라의 5번째 수입국이며, 우리나라는 뉴질랜드와는 8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뉴질랜드의 농업환경에서 우리나라와 비교할 바가 못 되며, 우리나라는 뉴질랜드만큼 농업을 국가 중심 산업으로 두고 막대한 예산을 투입한 바가 없다. 막대한 국가 예산이 투입하기 이전에도 뉴질랜드는 천혜의 환경으로 농업수출국으로서의 지위를 누려온 것이다.이러한 농업이 오일쇼크 등의 위기상황을 겪자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던 것도 뉴질랜드 정부의 결단이었다.
주목할 사실은 1984년 단행된 뉴질랜드 농업개혁은 농업부문의 반대가 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농업부문에 대한 그동안 의 보조금 증가가 경제위기의 한 원인이 된다는 인식을 함께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상황이 다르다. 좁은 국토, 사라지는 농지는 방대한 목초지를 가진 뉴질랜드와 같은 농업강국을 따라가기 힘들며, 역대 정부가 통상 선진국가를 외치며, 일방적으로 희생을 강요해온 농업은 현재 국가지원이라는 수혈 없이는 매순간 견디기 힘든 상황으로 치닫고 있으며, 선진국들이 힘들여 확보하고 있는 식량자급률은 감소추세로 방치되고 있다.
이러한 농업부문에 대해 농업선진국가 뉴질랜드의 예를 들어, 외국에서 우리 농업의 국가의존성을 지적하며, 변화의 필요성을 역설한 것은 이 정부의 농업경시 방향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하겠다.
이명박 대통령은 뉴질랜드에서 우리나라와 전혀 상반된 상황에 처해있는 농업부문 말고는 벤치마킹할 것을 못 찾았는가?
“요람에서 무덤까지” 국민복지를 보장하기 위해 노력해온 뉴질랜드의 사회복지 및 교육제도에 대한 벤치마킹 목표는 눈에 보이지 않는가? 세계 어느 나라보다 일찍부터 복지국가 수준에 도달한 뉴질랜드는 다양한 종류의 사회보장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물론 1980년대에 접어들어, 전반적인 경제위기에 봉착하면서 복지예산 삭감도 이루어져왔지만, 여전히 우리나라보다 수준 높은 사회보장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더 나은 교육환경 등을 이유로 우리나라 국민들의 뉴질랜드 이민은 꾸준히 증가추세다.
천혜의 자연환경을 바탕으로 국가 지원 없이도 농산물수출국 지위를 확보할 수 있었던 뉴질랜드가 오일쇼크 등의 위기상황에서 농업예산투입이 증가했다가 다시 국가지원이 감소한 역사는 간과한 채 우리나라 농업도 뉴질랜드 식으로 가야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무지의 소치이거나, 농업에 대한 국가예산 삭감을 주장하기 위해 유리한 상황을 아전인수격으로 홍보하려는 농민기만 술수에 지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