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2. 26. 15:41ㆍ세상은
[대변인 브리핑] 추경예산 편성에 대해/한승수 총리의 협량의 정치/대교협의 고대 면죄부에 대해/공교육 정상화 협약에 대해
- 2009년 2월 25일 오후 3시 20분 국회 정론관
- 민주노동당 대변인 우위영
○ 추경예산 편성에 대해
정부여당이 30조 규모의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나섰다. 추경 예산을 구체적으로 어디에 쓸지는 아직 나온 게 없다.
민주노동당은 추경 편성에 동의한다. 추경 편성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다만 추경 편성의 몇 가지 기준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첫째, 재정위기로 치달을 수 있는 적자예산 편성에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둘째, 불필요한 예산을 줄여서 서민예산으로 돌려야 한다. 이것이 추경 편성의 대원칙이다.
올해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정부는 25조원 규모의 적자예산을 짰다. 예산 편성 당시 정부는 3% 성장률을 기준으로 했다. 그러나 윤증현 기재부 장관까지 올해 성장률을 마이너스 2%라고 공언하고 있다. 성장률이 1% 감축할 때마다 대략 2조원이 적자를 본다고 했을 때 10조원의 세금이 덜 걷힐 것으로 예상된다. 적자예산 폭이 35조원 정도로 늘어난다는 말이다.
정부에 따르면 추경예산의 대부분을 국채로 충당하기로 했다. 추경예산이 30조로 편성된다면 전체 적자폭은 65조 가까이 늘어날 전망이다.
추경 편성 시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일은 불요불급한 예산을 과감히 삭감해야 한다는 것이다. 적자예산이 도를 지나쳐 재정위기로 온다면 경제회복은 고사하고, 나라가 당장 파탄나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게 될 것이다.
정부는 올해 무기도입 관련 외화예산으로 51억7천만 달러를 편성했다. 그 당시 환율 기준은 1천원이었다. 그러나 지금 환율은 1천500원을 넘어서고 있다. 무기를 구입하는 족족 환차손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무기도입예산은 당장 급하지 않은 불요불급 예산이다. 환율이 안정될 때까지 유보해야 한다. 그 대신 가장 절박하고, 가장 시급한 서민예산으로 전용해야 한다.
급하지 않은 예산을 줄여서 서민예산에 대거 투입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무기구입예산 급하지 않다. 토목사업 등 SOC예산 급하지 않다. 불필요한 예산을 줄여서 서민을 살리는 ‘서민우선예산’을 적극적으로 편성해야 할 것이다.
○ 한승수 총리의 협량의 정치
한승수 총리가 오늘 추경 편성과 입법 처리의 협조를 요청하기 위해 야당 대표를 방문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민주노동당 대표와 창조한국당 대표는 찾지 않았다.
한승수 총리에게 묻는다. 진보정당은 고려의 대상과 대화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인가. 그러한 속 좁은 행보, 협량의 정치가 이명박 정부가 말하는 선진화와 실용이라는 말인가.
추경 예산 편성의 목적이 무엇인가. 시멘트예산과 무기구입예산을 더 많이 투자하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면 서민예산 편성을 위해서라도 서민을 대변하는 민주노동당에게 이해와 협조를 구해야 하는 것 아닌가.
최소한의 정치 상도의도 없는 용렬한 총리의 모습만을 보여줬다. 민주노동당은 한 총리를 만나 입법전쟁과 추경편성과 관련해 당부할 말이 많았다. 기회를 주지 않아서 이 자리를 통해 밝히고자 한다. 입법전쟁을 부추기지 마라. 추경편성은 서민예산 확대에 집중하라.
오만과 독선으로 일관하는 이명박 정부의 얼굴마담이 되지 않으려거든 어려운 서민의 목소리, 용산 철거민의 목소리, 민주노동당의 외침을 들어라. 미움이 변해 증오로 가고 있다.
이명박 정부에게 배제가 아닌 포용의 정치를 기대하는 것은 애당초 글러먹은 것인지, 씁쓸하게 곱씹어 보는 하루다.
○ 대교협의 고대 면죄부에 대해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고려대의 고교등급제 적용 의혹 조사에 대해 큰 문제가 없다는 잠정 결론을 내렸다. 여러 의혹이 해소되지 않았고, 고대 측의 소명이 부적절했음에도 불구하고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은 고대에 대한 대교협의 사면령일 뿐이다.
고대의 고교등급제 의혹이 제대로 해소되지 못한다면 여러 대학이 고대와 같은 일을 암묵적으로 행할 수 있게 만들 것이다. 이렇게 되면 초중교육까지 조기 입시전쟁을 치르게 될 것이고, 학교의 내신성적은 더 이상 의미가 없어진다.
고대 문제는 이명박 정부의 대학자율화 정책의 폐단이 부른 결과다. 대학자율화 정책이 대학의 방종과 무책임으로 이어지니 무고한 학생들만 피해를 보는 것 아닌가. 대교협에게 계속해서 입시관리를 맡길지에 대해 재검토해야 한다.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계속 맡겨야 하는지 다시 생각해야 한다는 말이다.
공교육이 정상화되는 방향으로 대학입시 자율화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대통령의 라디오 연설은 거짓 허언에 불과했다. 이명박 정부는 대학 자율화 정책의 폐단을 솔직하게 시인해야 한다.
○ 공교육 정상화 협약에 대해
오는 27일에 교과부가 대교협, 한국교총,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와 공교육 정상화 협약을 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명박 정부의 공교육에 대한 구체적 정책이 없는 속에서 발표하는 공교육 정상화 협약이 과연 모두가 평등한 교육의 수혜자가 될 수 있을지 심히 의심스럽다.
과연 교과부가 고대에게 면죄부를 주고 있는 대교협, 학업성취도 평가가 의미 있다는 한국교총, 교과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전국시도교육감들을 데리고 제대로 된 공교육 정상화 방안을 마련할 수 있겠는가.
이미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은 공교육과는 화해할 수 없는 길을 떠난 지 오래다. 학업성취도 결과 조작으로 인한 일제고사의 폐단과 고대입시 고교등급제 적용 등이 이를 뒷받침 해주는 사례들이다.
교과부는 교육 당사자들과 모인 자리에서 공교육 정상화를 논하고 싶다면 일제고사부터 폐지해야 한다. 그래야만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조금이라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