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새벽 밤도둑 처럼 오픈 영업개시한 부개동 홈플러스

2010. 1. 17. 23:23세상은

인천 부평 지역이 기업형 슈퍼마켓(SSM)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로 인해 또 다시 지역상인들과 갈등을 벌이고 있다.

지난 12월 9일, 삼성테스코는 자사 SSM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프랜차이즈 형태로 전환한다고 밝혔고, 이 발표가 있고 난뒤 갈산동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전국 최초로 가맹점 형태의 SSM(=Super supermarket: 기업형 수퍼마켓)이 들어서려고 하였다. 그로 인해 SSM 입점을 반대하는 인근 상인들은 작년 12월 23일부터 26일째 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갈산동이 가맹점 형태의 SSM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사이 부개동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직영점 형태로 일요일(17) 새벽 기습적으로 매장을 오픈하고 영업을 개시했다. 이미 인천시로부터 일시사업정지가 떨어진 상황에도 불구하고 영업을 개시한 것이다.


입점도 위장오픈도 영업개시도 007 작전처럼 모두 새벽에 진행

홈플러스익스프레스 부개2호점의 입점은 마치 007작전처럼 진행됐다. 입점을 밤늦은 시각이나 새벽에 작업을 하였고, 9월에 위장오픈을 하기 위해 간판이 올라갈 때까지 인근 상인은 물론 해당 건물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조차 전혀 무슨 업체인지 몰랐다.

당시 위장오픈으로 인근 상인들의 반발을 샀고, 인천시는 위장오픈으로 판단 홈플러스 측에 일시사업정지 권고를 내렸다. 하지만 홈플러스 측은 영업을 개시하려 하였고, 결국 인근의 상인들과 시민단체, 민주노동당은 홈플러스의 영업을 개시 하지 못하도록 농성을 시작했다. 9월에 시작한 농성은 12월 81일 동안 진행되었다. 농성이 오래 될 수록 생업이 어려워진 상인들은 농성을 풀고 조를 짜서 감시단 활동으로 전환했다.

하지만 감시단 활동을 한지 한 달이 되는 시점에 홈플러스는 새벽에 기습적으로 오픈을 강행하고 영업을 개시한 것이다. 그동안 농성으로 인해 반입하지 못한 물건들을 이날 새벽 2시에 상인들의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물건들을 모두 반입을 하였고, 새벽 5시에 오픈을 하면서 영업을 개시했다.

상인들은 당일 아침 7시에 가게문을 열면서 영업을 하고 있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보면서 망연자실 할 뿐이었다.

홈플러스, 앞에서는 ‘대화’와 ‘자율조정’ 뒤에서는 ‘꼼수’

홈플러스는 그동안 지역의 상인들과 상생하겠다며 자율조정에 임하곤 하였다. 하지만 부개동의 경우 앞에서는 대화와 자율조정을 이야기 하면서 결국 작년 10월경에 영업방해로 상인들을 고발하였고, 농성을 영업을 개시하게 한다면 고발을 취소하겠다고 한 바 있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일시사업정지 중임에도 불구하고 일요일 새벽에 불시에 영업을 개시한 것이다. 이뿐 아니라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부개2호점의 관계자는 그동안의 영업 손실을 감안하더라도 24시간 영업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결국 지역의 상인들은 대자본의 물량공세와 더불어 24시간까지 영업하는 시간에도 맞서야 할 판국이 되어버렸다.
 


일시사업정지, 권고가 아닌 강제조항으로

그 동안 기업형 슈퍼마켓의 입점이 제동이 걸린 것은 바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상생법)」에 의한 사업조정제도로 인한 것이었다. 하지만 사업조정제도의 일시정지권고는 말 그대로 권고 사항이기 때문에 법적 강제 조항이 없는 것이다. 이번 부개동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역시 일시정지권고가 내려졌어도 법적 강제력이 없기 때문에 오픈 강행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난 28일 상생법 개정안이 핵심 내용이 대거 삭제된 채 법사위에서 통과되었다.  상생법의 개정 취지는 SSM으로부터 중소상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제조업 중심으로 규정되어 있는 사업조정제도를 유통업에 맞게 현실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개정안의 첫 번째 내용은 제조업 중심으로 규정되어 있는 현 사업조정제도를 유통업에 맞게 강화하는 것이다. 중소기업청장이 사업조정을 통해 대기업에게 생산품목 ․ 생산수량 ․ 생산시설 축소를 권고할 수 있는 현행 「상생법」 33조에 재화 및 용역의 공급축소 또는 영업시설 및 취급품목 제한, 영업일자ㆍ시간 제한이나 의무휴일일수 등을 추가하여 중소기업청장이 SSM에 대해서 실질적인 사업조정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개정안의 두 번째 내용은 중소기업청장의 일시정지 권고를 대기업이 따르지 않을 경우, ‘이행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34조를 신설하는 것이다. 현행 법률에 따르면 중소기업청장이 일시정지 권고를 내렸을 때 대기업 SSM이 이를 따르지 않더라도 전혀 제재할 수 있는 규정이 없다. 당연히 일시정지 권고를 무시할 경우, 벌칙도 존재하지 않는다. 현재까지 중소기업청에서 확인한 일시정지 무시 사례는 6건이 넘는다. 현행 법률에는 강제 조항과 처벌 규정이 없어 대기업들이 정부의 권고 사항을 무시하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그러나 지난 28일 법사위에서 최종 통과된 개정안에는 WTO 위반 가능성을 내세운 정부의 논리로 위의 두 내용이 모두 삭제되었다. 핵심적인 내용이 빠진 상생법을 어떻게 다시 재개정하는지가 상인들에겐 중요한 문제로 대두된 것이다. 법적인 강제 조항이 없는 이상 부개동과 같은 사례는 얼마든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등록제가 아닌 허가제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

상생법에 법적 강제조항이 들어가도록 개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바로 유통산업발전법의 개정에 있다. 사실 그동안 상인들이 줄기차게 요구한 것도 바로 유통산업발전법의 개정이었다.

그동안 현행 등록제는 대형마트와 SSM 입점에 대한 아무런 규제를 할 수 없고, 대형마트와 SSM은 우후죽순으로 늘어난 것이다. 지난 11월3일과 27일. 서울 여의도에서 대규모 상인들의 집회가 있고 난뒤 유통산업발전법의 개정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 졌지만 정부와 한나라당의 미온적 태도로 허가제에 대한 핵심내용은 온데 간데 없어지고, 서로의 의견들만 이야기 한 채 법사위에 안건상정조차 되지 않았다. 결국 해가 넘어 가면서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은 중소상인들 뿐이다.

추운 겨울 갈산동 상인들은 아직도 거리에 있고, 부개동 상인들은 망연자실하고 있다. 생존권에 내몰린 중소상인들 이제 국회가 나서야 한다.

* 이글은 부평신문과 주권닷컴에 공동으로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