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반복되는 대학생들의 연행, 그리고 등록금

2010. 1. 15. 17:06세상은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왔습니다. 공부를 하고 자신의 꿈을 설계하며 청춘을 불살라아야 할 시기에 어김없이 추운 거리로 쏟아져 나온 대학생들. 그리고 그들이 요구하는 단한가지. 등록금 인하. 그리고 또다시 반복되는 연행.

13일 오후 국회 앞에서 등록금 상한제 도입을 촉구하며 집회를 하던 대학생들이 무더기로 연행됐습니다. 이들은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 특별법, 한국장학재단법 개정안, 고등교육법 개정안 등 등록금 관련 법이 국회 교과위에서 올바르게 통과되도록 요구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들의 요구는 매우 정당했고, 또한 절박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에게 돌아온건 연행이며, 연행까지 감수하며 추운 거리를 나섰던 이땅의 젊은이들에게 돌아온 답변은 5.8% 이자에 복리까지 더해진, 그리고 자격기준이 엄격해진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도였습니다.

그동안 대학생, 학부모, 시민사회단체와 야당은 등록금 상한제와 후불제, 사립대학 적립금 제한, 교육재정 확충을 요구하였습니다. 매년 물가인상율의  훨씬 많은 인상으로 어느덧 1천만원시대가 도래한 지금 이러한 요구는 너무도 정당하고 당연한 것입니다.

하지만 도대체 지금의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어찌된일인지 이런 요구는 아랑곳 하지 않고, 등록금 문제의 핵심을 피해간 미봉책에 불과하며 결국 대학생들을 빚쟁이로  양산하는 제도를 만들었습니다.

지난 1월 14일 새벽,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 특별법, 한국장학재단법 개정안, 고등교육법 개정안 등 등록금 관련 3법이 국회 교과위 전체회의를 통과했습니다. 이제 18일 본회의에 통과하는 일만 남은 것입니다.

수년간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계각층에서 힘을 써왔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통과된 안은 부족한 점이 너무 많습니다. 물론 여지껏 등록금 해결의 실마리 조차 제시하지 못하다 이제서야 그 물꼬를 튼것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한다면 다행이지만만 말입니다. (하지만 수년간 매달려 이제와 이정도라는 것은 결국 대한민국 사회가 얼마나 꽉 막혀 있는지를 반증하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특히 정치권의 경우 도대체 국민의 세금으로 먹고 살면서 뭐하는 것인지..)

그렇다곤 해도 이번 국회 교과위에 통과된 안은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것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먼저 등록금 상한제라 할 수 있는 고등교육법 개정안을 살펴보면 물가 인상률의 1.5배 이상을 넘지 못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물가 인상률의 1.5배로 제한하는 것이 자칫 그동안의 등록금 인상률에 비추어 보면 한결 나아진건 사실이나 이는 다르게 말하면 앞으로 1.5배까지 등록금 인상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하게 되는 것입니다. 물론 등록금액을 산정 할때 등록금 및 학생 1인당 교육비 산정근거와 등록금 의존율, 가계평균소득을 감안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지만 대학은 갖은 이유를 대서라도 매년 1.5배씩 꼭 인상할 것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사실 그동안에 야당과 시민단체에서 요구한 등록금 상한제는 물가인상률을 넘지 않는 것을 주장해왔습니다. 그랬던 것이 이번 국회에서 1.5배로 합의 된 것입니다. 물론 반값등록금을 약속했지만 지키지 않는 한나라당이 거대 여당으로 있기 때문에 어려웠을 거라 생각됩니다. 또한 부족한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도를 올바르게 수정하기 위해 희생할 수 밖에 없었던 야당 의원들의 고초는 충분히 공감합니다. 하지만 대학생들이나 학부모들의 입장에서는 이걸로 만족하기가 쉽지 않을 듯 합니다.

더큰 문제는 바로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도에 있습니다.
애초에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도의 취지는 대학을 다닐때 만이라도 등록금 걱정을 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입니다. 그리고 나중에 소득이 있을때 조금씩 돈을 갚아갈 수 있도록 한 제도이지요. 즉 후불제에 대당합니다. 등록금 상한제와 함께 그동안 줄기차게 요구해온 제도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번에 통과된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도는 애초에 발표한 안보다 훨씬 뒤지는 안으로 통과가 되었습니다.

첫번째,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 자격 기준을 신청일 하루 전인 1월 14일에 평균 C학점 이상에서 평균 B학점 이상으로 갑자기 바꾼것입니다.
지금의 교과위 의원님들은 대학의 성적시스템을 제대로 알고나 있는 걸까요? 예전에 대학은 절대평가를 실시해 왔습니다. 하지만 현재 대학가는 매우 엄격한 상대평가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즉 공부를 아무리 열심히 한다하더라도 상대적으로 성적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물론 공부를 하지 않는 학생들에게까지 도와줘야 한다는 말은 아니지만 사실 요즘 대학생들 제2의 수험생이란 말까지 들을 정도로 공부를 열심히 합니다. 왜? 아무리 공부를 하고 자격증을 따도 취업이 안되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모는 과목에서 B를 맞기를 강요한다면 너무 가혹한 것이 아닐까요? 모든 과목에서 B를 맞고, 단 한 과목에서 C+를 맞아도 이 제도를 이용할 수 없게 된다면 과연 당사자들의 기분은 어떨까요??
 
두번째, 5.8%나 되는 높은 이자율과 복리방식의 이자 계산입니다.
저는 이 내용을 보고 마치 정부가 스스로 사채업자임을 드러냈다고 판단했습니다. 정부의 다른 정책금리는 대부분 무이자에서 3,4%대인데, 유독 교육관련 이자율을 5.8%로 정한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또한 부도덕한 고리사채업자들이나 적용하는 복리를 정부가 나서서 행한다는 것은 세상의 어느나라도 있을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이란 나라는 이런일이 행해지고 있습니다.

그동안 시민단체, 학생들, 학부모, 민주노동당 등의 진보정당에서는 상환 시작 전이나 시작 후나 이자율을 최소화 하고, 단리로 적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해왔습니다. 높은 이자율의 문제는 기존의 정부보증학자금대출제도에서도 그 폐단이 나타나 대학생 신용유의자를 1만명이나 양산한 문제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민주노동당에서는 그동안 지역별로 대학생학자금 이자지원조례 제정 운동을 펼치며 이자에대한 문제점을 없애려고 한 것입니다. 그러나 새로 실시된 제도 역시 높은 이자율을 적용한다니 이게 무슨 시츄에이션인지....

정부의 실물레이션에 의한 계산을 해보더라도 3,200만원 대출했을시 무려 9,700만원이나 갚아야 하니 평생을 대학등록금을 갚고 살아야 할 판입니다. 더욱이 본인이 빚을 갚지 못했을 시 배우자가 갚아야 하니 이제부터는 결혼전이나 사귀기전에 항상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도를 이용했는지 물어봐야 할 상황입니다.

마지막으로 이 제도의 가장 큰문제점은 현재의 대한민국의 구조에 있습니다. 현재 대한민국에 있어 청년들이 고용보장이 좋다고 할 수 있을까요? 전혀 그렇지 않은 것이 기정사실입니다. 88만원세대, 비정규직, 이태백 등 청년실업 문제는 너무도 심각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졸업후 몇이나 취직을 할 것이며, 몇이나 등록금을 갚아 나갈 수 있을까요? 아마도 평생을 가도 어려울 듯 싶습니다. 사회에 나가서 평범하게 직장을 다니고 가정을 꾸리고 집을 마련하기 위해 저축해가는 것이 지금의 평범한 서민들입니다. 그런데 평생을 등록금 갚는데만 돈을 써야 한다면 과연 그사람에게 미래가 있을까요?

매년 시작되는 대학생들의 삭발과 연행. 그리고 세상을 향한 외침. 목마른 대한민국. 아직까지 우리는 가야할 길이 멀게만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