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향이 작가가 꿈꾸는 세상 <꿈꾸는 인형의 집>

2009. 7. 9. 22:36리뷰/책

꿈꾸는 인형의 집
카테고리 아동
지은이 김향이 (푸른숲,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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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인형의 집>은 아이들이 읽어도 어른들이 읽어도 좋은 책이다. 이책에는 인형의 목소리와 인형의 삶을 빌어 인간들의 고난과 역경의 삶을 그대로 보여 주고 있다.
역시 위드블로그에 리뷰를 신청하길 잘했다.


책은 마치 하느님이 이세상을 6일동안 창조하듯, 작가 김향이는 6일동안 인형의 삶과 생명, 그리고 이야기들을 창조해 낸다. 이 안에서의 이야기는 작가가 실제 인형을 입양하고((인형 마니아들은 인형을 사는 것을 말한다고 하네요-작가 주) 그 인형을 보면서 수선도 하고, 고치면서 실제 살아있는듯 소중히 대한다. 그런 인형에 대한 마음일까? 작가는 인형을 만나게 되면서 인형마다 저마다의 이름을 붙혀주고 그 사연을 만들어낸다. 실제 마치 인형이 그런 사연이 있었던 것처럼.

6일동안 각각의 인형의 사연을 얘기하고나서 창조주 처럼 작가역시 마지막 7일째는 쉬었을까? 궁금할 따름이다. 

<꿈꾸는 인형의 집>에서 나오는 인형할머니는 작가 김향이 자신이다. 자신 역시 인형들과 둘러 싸여있고, 인형에게 애정을 정성을 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야기의 시작은 첫째날 벌거숭이가 인형의 집에 오면서 부터 시작된다. 
머리는 헝클어 져있고, 온몸은 상처 투성이에  손가락과 발가락 마저 부러져 있는 인형. 옷도 모두 찢겨져 벌거숭이 인채로 나타난 인형.
밤마다 인형들은 살아 움직이면서 저마다 자신들의 이름을 말하고, 벌거숭이에게 말을 걸어 보지만 벌거숭이는 아무말도 없다.

아무말도 없고, 가슴을 닫은 벌거숭이가 다른 인형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리고 인형할머니의 정성어린 수선으로 점점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이다. 이 책에는 그쁜아니라 인형을 빌어서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셋째날 이쁜이의 이야기는 인형을 통해 본 공장에서 일하는 삶이 나온다. 지금처럼 경제가 어려운 여건속에서도 고향의 부모님을 생각하며 서울에 홀로 올라와 밤늦은 시각 공장에서 일하는 젋은 아가씨. 공장이 문을 닫게 되면서 더이상 돈벌 희망도 없이 고향을 내려가야하는 아가씨. 땀흘려 일하며 결혼하고 아이 낳고, 소박하지만 행복한 삶을 꿈구는 이 땅의 서민들의 모습이 그대로 나온다. 

넷째날 꼬마존 이야기는 너무 가슴 아팠다. 실제 꼬마존이라는 인형은 미국의 온라인 경매 시장에 '안아 주고 싶은 한국 인형, 작자 미상'이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인형이고, 그 인형과 함께 미국인 품에 안긴 한국 입양아 사진이 있었다. 이것이 바로 "꼬마존"이야기의 시작인것 같다.
꼬마 존을 입양하면서 작가는 아마 입양아에 대한 상상을 펼쳤을 것이다. 꼬마존의 주인은 한국에서 미국으로 온 입양아였다. 양엄마가 아무리 애쓰고, 애정을 주더라도 친엄마를 잊을까봐 일부러 양엄마에게 심하게 대하는 아이. 그리고 밤만되면 꼬마 존을 껴안고 눈물을 흘리는 입양아. 인형의 눈을 통해 그리고 인형의 입을 통해 읽는 이로 하여금 가슴을 후펴파내는 고통을 전해준다.
 
다섯째날 릴리이야기에서는 미국 남부지방의 흑인 노예의 삶을 릴리라는 이야기를 통해서 전해준다. 단시 흑인이라는 이유로 노예사냥꾼에게 붙잡혀 가족과 뿔뿔이 헤어지고, 가축처럼 지내는 흑인 노예들의 실상. 흑인 노예들은 실제 가축처럼 우리에 모여서 자고, 구유에 옥수수 죽을 뿌려주고, 굶주린 흑인 노예들은 짐승처럼 먹을 수 밖에 없는 삶. 사소한 일에도 백인들에게 채찍질로 온몸이 갈기갈기 찢겨지는 아픔. 책과 영상을 통해 알고 있었던 모습이었지만 릴리라는 인형의 입으로 전해오는 그 이야기는 그래서 더욱 끔찍하고, 다시금 가슴이 메여왔다.
하지만 끝까지 희망을 잃지 않고, 자유를 향해 캐나다로 탈출이 성공하는 모습은 어려운 삶속에서 희망을 잃지 말라는 릴리의 메세지다.

여섯째날 드디어 벌거숭이의 본모습이 나온다. 셜리 템플. <소공녀 세라>라는 책은 알고 있었는데 그 세라의 아역 배우가 셜리 템플인 것은 이 책을 읽고 처음 알았다.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였던 셜리 템플 인형. 그 만큼 다가오는 고통으로 주변의 다른 것들은 보지 않게 되었다. 자신만이 힘겹고, 자신만 어려움에 쳐했다고 생각했던 셜리 템플. 하지만 이야기 극장에서 다른 인형들의 사연을 들으면서 자신만이 어려움에 처한 것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자신의 어려움에만 빠져서 주의를 보지 못한 것에 부끄러워 하며 마음을 연다. 또한 인형할머니로 인해 자신의 본모습을 찾아가면서 점차 자신감을 얻게 된다.

여섯째날까지 이야기가 펼쳐지면서 어쩜 우리의 삶도 이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에도 혼자만 아파하고, 혼자만 힘들어 하며 마음을 열지 않는 사람들을 보곤한다. 하지만 주변의 사람들의 도움으로 다시 자신감을 찾고 어려움을 이겨내기도한다. 어쩌면 꿈꾸는 인형의 집은
작가 자신인 꿈꾸는 세상이 아닐까?



실제 작가가 벌거숭이를 수선하며 "셜리 템플"로 만드는 과정이 실려 있다. 이뿐만 아니라. 헝겊으로 인형을 만드는 과정도 책에는 수록되어 있다. 진짜 김향이 작가의 인형에 대한 마음이 어떤지 책을 보면 잘 전해진다. 마지막 장에는 인형을 만들수 있는 종이가 있어서 실제 그 종이를 오려서 인형을 만들수 있도록 해놨다.

김향이 작가는 정말 인형에게 숨결을 불어넣는 창조주 같다. 마치 아담과 이브에 숨결을 불어 넣은 것 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