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7. 1. 20:33ㆍ개인파산면책
오늘도 오전 11시부터 4시까지 3명 정도 파산 서류작성 검토를 도왔다.
각각 저마다 사연은 다르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살려고 아둥바둥했지만 늘어나는 빚을 감당하지 못한 사람들이다.
더욱이 글도 잘 모르고 배운것도 없어 아무것도 몰라 그저 당해야만 하는 사람들...
그나마 오전에 만난 사람은 나이도 젋고 고등학교까지는 나와서 거의 파산서류를 작성다했고, 마지막 검토만을 남았는데.. 얼굴이 처음에 만났을때보다 밝아졌다. 처음 상담 할때는 눈물을 계속 흘렸는데...
나도 사람인지라... 계속해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가지고 실랑이 하며 5년간의 카드내역서를 검토하는 것이 여간 고역이 아니다. 더구나 글도 모르고 그저 아무것도 몰라서 무작정 나한테만 매달리는 사람들을 보면 나도 모르게 저 밑바닥에서부터 짜증이 나오는걸 참고 참는다...
오늘 어떤 한분은 자신의 이야기를 하시면서도 뭔가 석연치 않아 내가 자꾸 물어보니까 급기야 울음을 터트리신다. 자신이 잊고 싶었던 과거를 생전 보지도 못한 사람한테 채무가 생긴 경위를 말하다보니 다 말해야 된다는게 챙피스러웠나보다. 그 모습을 보니 안타깝기 그지 없다.
자연스래 짜증나는 마음이 사라져 버린다.
마지막으로 만난 분들은 부부가 같이 찾아왔다. 벌써 여러번 만난 분들이다. 또 오늘은 어느 정도 준비해 오셨을까? 본인들의 지난 5년간의 행적을 기억해 내지 않으면 오늘도 허당인데...
남편은 만성 신부전증으로 병을 얻어 여지껏 아무일도 못하신분... 부인은 그런 남편 대신 돈벌이에 나갔다가 8개월만에 오른쪽 손목 아래를 잃어버렸다. 겨우 보상금 1,500만원이 끝이다.
그돈으로 노점상이며 이것저것 해보았지만 늘어난건 빚뿐.... 것도 모자라 자신들이 만든 카드를 교회사람한테 아예줘버렸다. 교회 사람이 그 카드로 1년간 쓴금액이 3,000만원.
남편과 부인이 내앞에서 서로 싸우고 난리다... 또 가슴이 아프다. 이분들은 배우질 못해서 글도 모른다. 자신들의 생각을 정리해 온것을 내 앞에 펼쳐 놓는데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다. 철자가 너무 심하게 엉망이어서... 그렇다고 제대고 기억을 하시는 것도 아니다. 같이 앉아서 1시간 넘게 과거의 기억속으로 들어 갔지만 더욱 뒤죽박죽 될뿐... 결국 오늘은 여기까지....
파산하려고 마음 먹는 것도 용기가 필요한데... 파산서류를 작성하면서 이런분들은 더 큰 용기를 내야한다... 아는게 없기 때문에.. 그저 내가 해줄수 있는 말은 "저 한테 과거를 이야기 하는 거 챙피해 하지 마세요. 힘내세요. 성심껏 도와 드릴께요"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이게 다다.
그나마 마지막까지 법원에 제출할수 있는 날까지 곁에만 있어주면 그게 큰힘이 된다.
아직 세상은 많이 바뀌어야 한다. 법원에서 서류떼는 것도 대학나온 나도 어려운데...
도대체가 이나라 행정은 누굴 위해 있는 거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