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들의 국시거부가 '의로운 행동'!?

2020. 10. 15. 10:42세상은

"의대생 국시 재응시 문제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 계획이 전혀 없음을 알려드린다. 의대생들의 국시 거부는 정부의 일방적 정책 강행에 저항해 올바른 목소리를 내고자 한 의로운 취지의 행동이었으므로 의대생들이 사과할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한다. 이미 총파업 당시 국민들의 불편에 대해 여러 차례 송구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내년도 의사 인력 수급에 차질이 없도록 정부가 결자해지의 적절한 조치를 취하길 촉구한다" 

 

13일 대한의사협회가 밝힌 의대생 국시 재응시 문제와 관련된 입장이다.  그런데 과연 의대생의 국시 거부가 의로운 행동이었을까? 먼저 '의로운 행동'이 가지는 의미부터 확인해 보자. 다음 어학사전을 살펴보면 '의롭다'와 '행동'은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의롭다 -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정의를 위해 나서는 기개가 있다"  

 "행동 - 몸을 움직여 어떤 동작을 행하거나 일을 함"  

 


 

즉, '의로운 행동' 이란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정의를 위해 몸을 움직여 행한 일'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의대생의 국시 거부가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정의'에 해당할까? 의대생들이 국시를 거부하게 된 요인은 정부가 '의대정원 확대'와 '공공 의대 설립' 정책을 추진하면서 의사들의 파업이 시작되면서 부터였다. 그런데 의사들은 의대정원을 확대해서 의사를 늘리고, 공공의대를 설립해서 의료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것이 정의롭지 못하다며 파업을 한것이고, 이에 대한 지지로 의대생들이 국시를 거부한 것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에서 의사의 수가 부족하다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고, 지역과 수도권과의 의료격차가 심각한 것 역시 현실이다. 대학병원에서 진료를 받기 위한 기다림은 30분은 기본이고, 진료 시간은 5분도 채 안돼 끝나고 만다. 소위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나오는 의사는 현실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이런 현실에서 나온 정부의 정책인 '의대정원 확대'와 '공공 의대 설립'은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진료를 받는 국민들 입장에서는 충분히 논의되고 추진되어야할 정책들이었다. 특히 전세계적으로 발생한 코로나19에 따른 각국의 대응을 봤을 때, 공공의료의 강화가 우리의 생명에 얼마나 직결되어 있는지 피부로 느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러한 정책을 반대하는 것이 '정의'이고 '의로운 행동'이라며 파업을 하는 의사들과 국시를 거부한 의대생들의 모습을 보면서 느끼는 국민들의 분노는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설령, 의사들과 의대생들의 행위가 '의로운 행동'이라고 한다 해도 그들의 이후 모습은 동의가 어렵다. 만일 자신들의 행위가 '의로운 행동'이라면 그에 따른 책임도 의롭게 져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 의대생들 처럼 어느 누가 자신들의 '의로운 행동'에 따른 결과에 대해 이렇게 구차하게 '떼쓰기'로 일관 하겠는가?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자.

 

일제 강점기시기. 임시정부 한인애국단 소속의 독립투사 이봉창 의사는 일본의 도쿄에서 히로히토 일왕의 마차 행렬에 수류탄을 던졌다. 물론 히로히토 일왕의 암살에는 실패했지만 당황한 일본 경찰들은 범인을 찾기 위해 사방을 봉쇄한 다음 마구잡이로 용의자를 잡아들였다. 이때 이봉창 의사는 "내 행동으로 아무 상관 없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수 없다"며, 본인의 '의로운 행동'을 당당히 밝히며 체포됐다. '의로운 행동'의 결과에 따른 책임이었다.  

 

역사적으로 '의로운 행동'에 따른 책임은 때로는 참혹했지만 '의로운 행동'을 했던 사람들은 그 결과를 겸허하게 자신은 책임으로 온전히 감내했다. 군부독재 시절 민주화투쟁을 외치며 '의로운 행동'을 했던 수 많은 대학생들은 제적과 투옥이라는 책임을 온전히 감내해야 했다. 당시의 제적으로 이후 군부독재가 끝난 뒤 수십 년 뒤에 졸업할 수 있었다.  

 

과거 이명박 정부 때 전국의 지역아동센터 종사자들은 당시 '차별적 평가 시스템 도입에 따른 운영비 차등 지급'에 맞서 투쟁을 한적이 있었다. 전국의 모든 지역아동센터가 강력하게 투쟁을 했고, 정부는 '운영비 지급 중단'으로 맞섰다. 결국 대부분의 지역아동센터는 정부의 '운영비 지급 중단'에 정부의 정책을 받아들였지만 인천의 지역아동센터들은 오히려 '운영비를 받지 않겠다'며, 투쟁을 이어갔고, 결국 인천의 지역아동센터는 운영비를 받지 못했다. 투쟁의 결과에 따른 책임을 온전히 감내한 것이다. 이를 '의로운 행동'이라고 정의하기엔 입장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자신의 행동에 따른 책임은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자신이 온전히 감내해야 하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드라마 모래시계를 보면 주인공 우석(박상원)이 경찰에 쫓기는 친구 태수(최민수)를 도와주기 위해 사법시험장에 늦게 도착해 결국 시험을 차룰 수 없었었고, 다음으로 사법시험을 미뤄야 했다. 우석은 자신의 행동으로 시험을 못볼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겠지만 친구를 향한 마음을 행동으로 옮겨 그 결과에 따른 피해를 온전히 감내했다. 만일 이때 우석이 '어려움에 빠진 친구를 위한 의로운 행동'으로 사법시험에 늦었다며 시험을 치르게 해달라고 '떼쓰기' 했다면 납득을 하겠는가?  

 

의대생들은 국시거부가 '의로운 행동'이라면 그 결과에 따른 책임을 지고 스스로 당당하게 내년 국시를 준비하길 바란다. 지금처럼 재시험을 응시 하게 해달라며 '떼쓰기'를 하지말고 말이다. 지금 의대생들의 재시험 요구는 본인들이 주장하는 '의로운 행동'이 아니라 오히려 '불의의 행동'이라는 반증이 될테니까.

 

※ 이 글은 브런치(brunch)에도 함께 게시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