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급식 하랬더니, 급식카드를 목에 걸어준 인천시

2010. 3. 19. 14:22세상은

요즘 한창 무상급식이 대세입니다. 여기저기서 무상급식을 실시하라는 요구가 봇물처럼 터져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17일(수), 인천 역시 무상급식 실시의 요구가 거셌습니다. “olleh! 무상급식!”을 외치며 인천의 전지역을 순회하며 서명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당연히 시민들의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그런데 이런 시민들의 요구와는 다르게 인천시의 행정은 거꾸로 가고 있습니다. 지역아동센터를 이용하고 있는 수급자, 차상위, 한부모, 조손 가정의 아동․ 청소년에게 급식제공 전자카드를 사용하려는 것입니다. 전자급식카드는 이미 서울시에서 시범지역을 선정해 실시해 보다 그 폐해의 심각성에 의해 결국 도입을 철회한 제도입니다.

서울시는 2009년
4월 1일부터 6월 30일까지 약 2개월 동안 성동구, 광진구, 은평구 3개 지역에 일반음식점과 단체 급식 이용 아동에 시범사업 실시했던 것입니다.

음 이 제도를 도입할 때 당시의 목적은 행정적 편의와 일부지역아동센터 급식비 횡령에 따른 문제로 인해 도입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습니다. 바로 행정적 편의와 일부 지역아동센터의 부도덕한 행위에 대한 것입니다.

행정적 편의와 일부 지역아동센터의 부도덕한 행위. 둘다 누구의 잘못이며 누구의 책임입니까? 아이들의 잘못과 책임일까요? 아닙니다. 바로 어른들의 잘못이고 책입니다.

공무원들의 인력 부족과 급식관리의 어려움을 이야기 하면서 행정적 편의를 위해 도입된 전자급식카드. 결국에는 어른들이 자신들이 편하게 활동하기 위해 아이들에게 전자카드라는 굴욕의 급식카드를 목에 걸어준것입니다.

일부 지역아동센터의 급식비 횡령. 이게 아이들의 잘못입니까? 아이들은 그저 지역아동센터에 가서 공부하고 보살핌 받으려고 가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런 아이들을 보살펴 주지 못하고 그 아이들에게 조금 나오는 급식비를 횡령한 어른들의 잘못과 그들이 책임을 져야하는데 왜 애꿎은 아이들이 그 책임을 고스란히 떠안아햐 하는 걸까요? 아이들은 아직 성숙되지 않았기 때문에 또한 사회적 약자이고 또한 우리 미래이기에 어른들이 보살피는 것은 당연한 의무입니다. 그래서 지금 전사회적으로 무상급식 실시를 요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인천시가 벌이고 있는 급식 전자카드는 결국 어른들의 책임을 아이들에게 고스란히 떠넘긴 것 밖에 되지 않습니다.
앞서 서울시에서의 전자카드 도입을 이야기 했습니다. 하지만 원래의 취지와 목적과는 다르게 서울시에서의 시범사업을 더 많은 폐해를 낳았기 때문에 제도 도입 자체가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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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어떤 폐해가 있었을까요? 다음은 실제 일선 현장에서 발생했던 사례입니다.

아이들은 카드를 가져 오지 않았다고 울먹이거나 카드가 없거나 잃어버리면 공부방에 다닐 수 없게 된다고 생각하고 많이 불안해합니다.아

이들을 보면
“카드 가져 왔니”가 인사가 되어버렸다.

내가 급식을 먹지 않으면 선생님이 3,500원 그냥 가져 가는 거죠

선생님 이제 식당 아줌마네요” 라는 말에 교육적 위상이 추락함을 느끼고 서글펐다.

급식을 둘러보고
반찬이 맘에 안들면 카드를 가져 오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하고, 그냥 카드를 가져오지 않았다고 한 아이들이 공부방 이후에 카드를 이용해 사먹고 있는 것을 목격하고 당황스러웠다.

드를 가져 오지 않아도 안 먹일 수가 없어 그대로 먹이다 보니 급식비 자부담이 70~80만원에 이르게 되어 운영에 큰 타격
을 받게 되었다.

드를 긁기 위해 아이들이 기다리다 보니 급식 시간이 초기에는 1시간 이상 늦춰지고 30분으로 줄어든 현재도 아이들은 짜증을 내며 기다리다 다툼
을 벌이기도 한다.

급식 카드를 깜박 잊고 못 긁거나, 3,500원을 350원으로 긁는 일, 동일 시간대에 몰려 오작동이 심하고, 캠프나 외식 등을 할 대는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해한다.

“어? 급식카드네. 너 수급권자냐?”

더욱 중요한 것은 이런 급식카드가 아이들로부터 수치심이나 굴욕감을 느끼게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현재 무상급식을 도입하자고 하는 이유중 하나도 바로 이런 문제입니다. 저소득층 아이들은 매해 학기초, 담임선생님과 첫 대면을 급식비 지원신청허로 하게 됩니다. 부모의 소득증명서, 실업증명서... 가난해서 돈을 낼 수 없는 각종 증명서들.. 성장기에 씻을 수 없는 상처로 남습니다.

바로 이 급식카드가 아이들에게 상처로 자리잡게 될 것입니다. 아이들은 급식카드를 분실하면 주민자치센터에 다시 재발급을 해야 하기 때문에 결국 그것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목에 걸고 다닐 수 밖에 없습니다. 즉 낙인감 증대, 수치심과 굴욕감을 유발하는 이 제도는 아동⋅학부모의 인권을 침해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난 이제 평생 일 안 해도 걱정 없어요. 이 카드만 있으면 굶지 않을 테니까요.'

또한 소비의식과 무기력감 증대, 이 제도는 제공 방식에 문제가 있습니다.
급식 전자 카드제는 가난한 아이들의 생존권인 밥이 카드로 해결할 수 있다는 행정편의주의에서 오는 위험한 발상이며 8살 아이들에게조차 카드를 발급해서 맹목적 소비의 주체로 인식하게 하고, 노동을 안 해도 먹을 수 있다는 무기력감을 증대해 우리 사회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방식입니다.

사회복지행정의 대원칙은 “수혜자들이 혜택을 받으면서 수치심이나 굴욕감을 느끼지 않아야 하는 것”입니다. 이 원칙을 생각하고 아이들을 생각한다면 절대 급식카드를 도입할 생각은 하지 못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차라리 그 예산으로 무상급식을 실시하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요?

* 인천시 전자급식카드 도입을 반대하는 아고라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글을 다 읽어보시고 서명에 꼭 동참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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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은 인천 지역의 지역아동센터의 허락을 받고 기재한 것입니다.
* 이글은 주권닷컴에도 공동으로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