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대장정> 민족과 민중 해방에 대한 열정과 사랑, 그리고 무한한 동지애

2011. 10. 20. 18:32리뷰/책

소설대장정.1
카테고리 소설 > 중국소설
지은이 웨이웨이 (보리,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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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대장정을 읽으면서 우리나라의 태맥산맥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된다
. 소설 대장정은 19341936년 중국의 홍군(紅軍)이 장시성[江西省] 루이진[瑞金]에서 산시성의 북부까지 국민당군과 전투를 하면서 12000km를 걸어서 이동한 행군이다. 여기까지가 흔히 알고 있는 지식. 그러나 대장정은 단순히 수치로서 나타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대장정은 단순한 수치
(2년간 정말 먼거리를 홍군전체가 걸어서 행군했다는)로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과정에서 나타단 고난과 역경. 그리고 그것을 헤쳐나가는 모습에서 홍군의 전사들은 더욱더 단단해지고 견고해지게 되며, 이들이 곧 후에 중국형명의 주역이 된다

나는 이책을 읽으면서 태백산맥을 계속 떠올리는 것은 우리나라에도 분명 그러한 사람들이 있었고
민족과 민중을 위한 사람들은 세계 어느나라든 똑같을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민족과 민중해방에 대한 열정과사랑,  무한한 동지애

대장정은 민족과 민중을 해방시키기 위한 열정과 사랑. 그리고 그것을 함께 만들어가는 사람들
. 즉 동지에 대한 무한한 사랑이 나타나는 과정이다.

홍군은 대장정 과정에서 국민당의 대공세로 물자를 구하기가 매운 어려운 처지였다
. 당연히 물자는 이동하면서 들르는 마을에서 민중을 통해 얻어야 했다. 하지만 홍군은 절대 민중에게 피해를 주지 않았다. 군벌과 국민당 군대들은 각 종 세금을 민중의 피를 쥐어짰지만 홍군은 아무리 어려워도 절대 민중에게 피해를 주지 않았다. 그들은 물건을 구할때면 받드시 값을 지불하였다. 그것도 평소의 가격보다 갑절로. 설령 굶어 죽는다 해도 민중에게 피해를 줄수 없다는 것이 그들의 사상이었고, 이것이 곧 민중의 신뢰와 지지를 얻어내는 원동력이 되었다

지금 저 보리를 베자는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여기서 굶어 죽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
?”
안 됩니다. 지주의 곡식이라면 벨 수 있겠지만 지금 인민들도 없으니 어떤 게 지주의 밭인지 모르지 않습니까
.”
그럼 죽기를 기다려야지요

- 진위라이와 사무장의 대화 -


대장정 과정에서는 동지에 대한 무한한 애정이 곳곳에 드러난다
. 국민당의 공세와 물자도 부족한 마당에 먼길을 행군하는 여정이 쉽지 않을 텐데도 그들은 기꺼이 자신들의 목숨을 동지를 위해 내놓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힘들어하는 동지를 위해 자신의 말을 내어주고, 굶어 죽어가는 소년 병사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마지막 양식까지 내놓으면서 자신의 목숨을 내던진다. 자신의 몸하나도 건사하기 힘든 대장정 속에서 아파서 쓰러진 동지를 여러명의 동지들이 어떻게서든 데리고 가려는 모습. 다른 동지들보다 먼저 나서서 적진을 돌파하는 장면. 바로 이들의 동지에 대한 무한한 신뢰와 사랑이 중국 혁명을 이룩하는 원동력이 되었을 것이다. 이와는 다르게 국민당 군대는 어려울 때 저만 살겠다고 도망치는 모습은 대비 될 수밖에 없고, 그들의 패배를 예상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두테추이는 한참 쉬다가 날이 저물어 오는 것을 보고 서둘러 걸었다
. 오리쯤 갔을까. 열네댓 살쯤 되는 소년 전사가 두 손으로 배를 끌어안고 고개를 무릎에 처박은 채 배낭을 깔고 앉아 있었다. 가까이 가보니 숨이 멎은 것은 아니었다. 양식 주머니는 쌀 한톨 없이 텅텅 비어 있었다. 그는 소년 전사의 머리를 자기 팔에 기대 놓고 물을 먹였다. 그러자 소년이 눈을 떴다.
배가 고파 정신을 잃었나 보구나
?”
두테추이가 물었다. 소년 전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두테추이는 양식 주머니를 벗어 들고 손대중해 보았다. 반 컵 정도 남아 있었다. 그는 보리쌀을 반쯤 조심스레 덜어서 노년 앞에 가져갔다. 소년은 미안 한 듯 자그마한 손을 내저었다
.
저도 있어요
.”
그냥 들어요
.”
두테추이가 웃으면서 보리쌀 한 줌을 어린 전사의 손바닥에 쥐여 주었다. 소년은 한 입에 다 먹기 아까운지 조금씩 입에 넣고 씹었다. 보리쌀은 금세 바닥을 보였다. 소년은 잔뜩 움츠리고 있던 몸을 조금씩 폈다. 하지만 기운이 달리는지 단숨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진 못했다. 두톄추이는 보리가 조금 남아 있는 양식주머니를 쥐고 한참 머뭇거렸다. 남은 양식을 모두 줘 버릴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는 곧 마음을 돌려 먹었다
.
그래. 사람을 구하려면 제대로 구해야지!’그는 어린 전사의 손을 잡고 남은 보리쌀을 한 톨도 남기지 않고 모두 쏟아부었다
.

- 516장 신비롭고 잔혹한 땅, 쑹판 대초지 -


교조주의
, 분열주의, 출세주의, 패권주의, 봉건주의 등 낡은 사상을 극복하는 과정

대장정속의 역경은 외부에서만 존재한 것이 아니었다
. 그 내부에도 심각하게 존재했고, 이것은 외부의 적보다도 더 위협적이었으며, 홍군 전체를 위험에 빠뜨리기도 한다. 그렇기에 내부의 싸움은 더욱더 치열했다. 현쟁과 현실에 맞지 않는 명령을 내리면서도 그것이 원칙이라 우기는 지도부. 거기에 이의를 제가하면 옳고 그름을 따질 겨를도 없이 가차없이 기회주의와 우경으로 규정하기도 한다. 또한 당 지도부라고 하면서 당원들의 우위에 서서 군림하고 명령하려고 하는 지도부들. 결국 이런 것들과의 투쟁으로 올바른 길을 찾아나선다

하기는 우리 당에는 나쁜 습관이 짔지 않습니까. 걸핏하면 기회주의다. 우경이다 하면서 모자를 뒤집어 씌우는 버릇이요. 마치 자신은 늘 원칙대로만 하는 것처럼 말이지요.”
리더가 여기서 일할 때는 역시 모스크바에서 온 동지를 믿어야 한다고 했다는데......우리끼리는 부딪히지 말라는 뜻이지 싶어요
.”
우리 당에서 어찌 그럴 수 있단 말입니까! 어떤 패거리나 개인을 받드는 게 아니라 옳은 이야기를 따라야지요
.”
그렇지. 옳은 말을 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걸 따라야겠지요.”

- 왕자샹과 장원텐의 대화 -


혹시, 흔들리고 있는거 아닙니까?.....난 우리가 한 가지만큼은 반드시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총서기 자리는 절대 내줄 수 없습니다
.”
그거야 물론이지

- 보구와 허카이펑의 대화 -

 

나는 대장정 속에서 올바른 노선을 찾기위한 투쟁을 읽으면서 최근의 진보정당의 진보대통합 과정이 떠올랐다. 다수의 패권을 가지고 옳지 않은 길을 마치 옳은 길인냥. 포장하고 이를 동의하지 않고 문제를 제기하는 당원들에게 분열분자라고 규정하는 모습. 또한 지도부의 의견이 관철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대안을 제시하거나 어떠한 방향도 내놓지 못하는 진보정당 지도부의 무능과 무책임. 이런 장면들이 오버랩 되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위기는 곧 혁명의 기회로

대장정은 앞서 언급한대로 수많은 고난과 역경이 있었다
. 하지만 이러한 어려움과 위기는 마치게 두드려 맞아야 강철이 되는 것처럼 홍군 전사들을 더욱더 강고하게 만들었다. 또한 이러한 대장정은 그동안 국민당의 거짓 선전에 잘못알고 있는 민중에게 12KM의 긴거리를 걸어가면서 홍군의 민중에 대한 진정성과 혁명, 모순된 중국 사회를 알려내는 중요한 과정이 된다. 대장정을 통해 중국 민중은 누가 민족과 민중을 위하는지를 파악하게 되고 이는 민중의 지지을 얻어내어 곧 승리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대장정은 열한 개 성, 2억에 달하는 인민들에게 홍군이 걷는 길만이 해방을 향한 유일한 길임을 알리는 일이었다. 대장정이 없었다면 어떻게 그렇게 빨리 홍군이 이루려는 위대한 진리가 무엇인지 인민들에게 알릴 수 있었겠는가?”

- 마우쩌둥-

 

혁명가는 물고기고, 인민은 바다라 했던가? 인민이 없는 혁명, 인민의 지지가 없는 혁명은 성공할 수가 없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바로 국민당은 이것을 만들지 못해 패배할 수 밖에 없었으며, 국민당의 사상 자체가 민중을 위한 것이 아니었기에 당연한 결과이다

그렇다면 현재의 소위 변혁을 꿈꾸며 새로운 사회를 만들겠다는 진보의 모습은 어떠한가
? 민중의 바다에서 헤엄치고 있을까? 국민의 맘속에 자리잡고 있을까? 말라버린 물 속에서 살려고 발버둥 치는 진보의 모습이 그려지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