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체는 과학 발전의 숨은 공로자? <인체재활용>

2010. 5. 13. 22:45리뷰/책

인체재활용
카테고리 과학
지은이 메리 로치 (세계사,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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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코리아 리뷰룸의 책읽는리뷰어 캠페인 5탄 <인체재활용>.

그저 처음 책의 제목을 보고는 인체를 어떻게 하면 제대로 활용하는 지에 대한 과학서적인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책의 제목에서 느껴지듯, 인체, 재활용.
바로 시체에 대한 책이었습니다. 자세히 보니 밑에 조그만 제목으로 “당신이 몰랐던 사체 실험 리포트”라고 써있더군요.


아무튼 이런 책은 처음이라 새롭기도 하고, 또 시체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썼는지 궁금해 졌습니다. 그러면서 한편으론 시체라고 해봤자 해부나 신장기증 말고 할말이 없이 않나 하고 단정짓기도 했지요.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놀랍기도 하고, 기괴하기도 하고, 또 황당하기도 했습니다.
작가는 어떻게 이렇게 시체에 대해 탐구하고 쓸생각을 했는지 작가의 머릿속도 매우 궁금해지던군요.

작가 메리로츠가 시체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바로 어머니의 죽음 이었습니다.
서른여섯살에 여든살의 어머니의 시체를 보면서 작가는 어머니가 아닌 ‘어머니의 것’이라고 느끼게 됩니다. 시체는 시체이지 더 이상의 어머니가 아니기 때문이죠. 그러다 보니 시체를 보는데 슬픔도 아무런 감정도 가지지 못하게 됩니다. 그런데 동생과 추억을 이야기 하다 어머니와의 추억이 나오니 참을 수 없는 울음을 터트리게 됩니다. 즉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시체로 누워있는 모습이 슬픈게 아니라 바로 어머니와의 기억, 감정들 때문에 슬픔이 찾아오게 되는 것을 작가는 깨달은 듯 합니다.

그러면서 그때부터 일반사람들이 시체를 마치 생전의 사람인양 모시고 귀하게 여기는 것 에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됩니다. 이후 ‘시체’에 대한 책을 쓰기로 결심하고 미국의 어느대학의 성형외과 실습실에서 시체의 머리를 쟁반위에 올려놓고 실습을 하는 것을 참관합니다.

작가가 들려주는 시체의 이야기는 무궁무진합니다. 너무 무궁무진해서 황당하고, 놀랍고, 기괴하며, 때론 엽기적이며 불쾌할수 있습니다. 이 책에서는 시체의 쓰임에 대해 우리는 잘 알지 못했던 사실들이 하나하나 밝혀집니다. 죽은 사체의 기증 된 피부가 화상 환자에게 이식되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처리 과정을 거쳐 여성들의 주름살 제거나 남성 성기 확대에 이용되기도 합니다.

몸통은 잘려서 총탄 관통 실험이나 폭탄 실엄에 이용되기도 하고, 비행기나 건물 아래로 떨어지는 낙하실험. 자동차 충돌 실험에도 이용됩니다. 또 한 과거 중국에서의 사례는 더욱 엽기적입니다. 죽은 사람을 꿀에 절여 약으로 만드는데, 더 엽기적인 것은 그 죽을 사람이 살아 생전에 약에 쓰이기 위해 꿀만 먹고 산다는 것입니다. 자신이 약으로 사용 될 것을 알고 말입니다. 정말 이 부분에서는 공포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했습니다.

작가 메리 로치는 책의 제목 <인체재활용>처럼 말 그대로 죽은 후 시체의 활용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제 생각에는 작가의 생각은 죽어 그냥 없어지느니 여러방면으로 다양하게 활용하자는게 작가의 생각인 듯합니다. 사실 시체를 통해 지금의 의학과 과학에서 살아있는 인간을 위한 여러 가지 편리한 것들이 보장이 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작가는 실제 시체를 해부하거나 실험하는 과정에서 대하는 연구원들을 바라보면서 시체에 대한 예의를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최소한 기증한 사람이 자신의 시체가 어디에 사용되는지 알려줄것과 함부로 대하지 않을 것을 말입니다. 그렇지만 이 책에서 작가의 이런 생각은 조금 모순에 있는 듯 합니다.

시체를 대하는데 예의를 갖춘다? 저는 도대체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예의를 갖춘다는 것은최소한 살아있는 사람 정도는 아니지만 뭔가 그래도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고 하는것인데 그런 것들을 폭탄이나 총탄 실험 등에 이용할 수 있겠는지. 결국은 죽은 시체로 사물로 대하는 것만이 가능하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사전에 어느 곳에 쓰일지 묻고 시체를 기증 한다면 한 쪽의 분야에만 쏠림 현상이 일어날 것입니다. 예를 들면 어떤 여성이 죽기전에 자신의 피부 이식을 화상환자와 남성 성기 확대 수술 중에 어디에 쓰일것이냐 묻는 다면 그 여성 환자는 어느것을 택할까요? 마찬가지로 사람들이 장기 기증과 폭탄을 통한 온몸의 갈기갈기 찢어지는 것을 택하라 할 경우 어떤 선택을 할까요?

아무튼 작가 메리 로치의 애매모호한 시체에 대한 관점은 독자로 하여금 조금은 혼란을 야기시킵니다. 그래도 어쨌든 <인체재활용>은 시체에 대한 새로운 접근과 이유야 어찌되었던 시체가 과학발전에 숨은 공로자임을 밝혀주는 책입니다.

새로운 경험과 엽기적인 것을 좋아하신다면 이책을 추천하겠습니다. 하지만 유교적 관점이 강하신 분이나 종교적으로 신앙심이 강해서 죽은 후의 우리의 몸과 영혼을 결부짓는 분들은 이책을 읽는 것은 삼가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 이 글은 주권닷컴에도 공동으로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