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드시 크게 들을 것> 이 빌어먹을 세상엔 로큰롤 스타가 필요하다

2010. 4. 16. 12:53리뷰/영화

지난 4월 14일 수요일 저녁 8시. 처음으로 종로3가에 있는 낙원상가 4층의 서울아트시네마를 가보았습니다. 바로 <반드시 크게 들을 것> 시사회에 초대되어 간만에 여친과 둘이서 극장 나들이를 한 것이었죠. 처음 시사회를 신청하게 된 동기는 바로 부평신문에서 읽은 ‘루비살롱’이라는 기사 때문이었습니다. 부평의 모텔촌에 유일하게 자리 잡고 있는 ‘루비살롱’. 처음 그 기사를 읽고 ‘와 이런곳이 부평에 있다니?’ 하고 너무 흥미롭고 놀라웠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가고 싶고 더욱 관심이 가게 되었죠. 사실 홍대클럽을 작년에 34년만에 처음으로 딱한번 가본게 그만이라서 그런지 더욱 끌리게 되었습니다. 그런 참에 그곳을 배경으로 한 영화 <반드시 크게 들을 것>의 시사회에 초대 받게 되었습니다.


"이 빌어먹을 세상엔 로큰롤 스타가 필요하다."

영화가 시작하면 제일 처음 나오는 자막입니다. 왠지 처음부터 이 빌어먹을 세상을 한판 뒤집어 엎어 버릴 듯한 포스가 느껴졌습니다. 아무튼 이자막을 시작으로 막장 다큐멘터리가 시작됩니다. (감독 스스로가 막장 다큐멘터리라고 말하더군요^^)

<반드시 크게 들을 것>은 인디밴드 '타바코쥬스'의 드러머 백승화가 연출한 다큐멘터리로  인천 부평구 모텔촌에 위치한 라이브클럽 '루비살롱'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인천은 대한민국에서 처음 개항하고 외국 문물을 받아들였듯이, 서양의 로큰롤과 같은 대중 음악도 가장먼저 빠르게 흡수된 곳이었습니다. 그래서 인천은 1990년대 초, 100여 팀의 인디밴드들이 둥지를 틀며 한때 메탈의 도시라고도 불렸습니다. 저도 이건 영화를 보고 처음 알았던 사실입니다. 암튼. 하지만 2000년 이후 인천에서의 로큰롤은 더 이상 자취를 감추어 버립니다.

국악 VS 락, 풍물 VS 로큰롤

다시 90년를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90년대 크라잉넛, 노브레인은 인디밴드를 대중 앞에 이끌어가는 핵심적인 존재였습니다. 그 속에서 ‘루비살롱’의 사장인 리규영도 있었다고 영화는 말합니다. 그런 그에게 아이가 생기면서 먹고 살아가야 했기에 인천으로 가게 됩니다. 이후 부평의 허름한 모텔 촌에 뜬금없이 라이브클럽이자 인디레이블인 '루비살롱'을 열게 됩니다.

그런데 클럽 ‘루비살롱’을 열게된 계기 또한 재밌습니다. 일부러 이 장소를 택한 것이 아니라 모텔에서 여자랑 나오다 망해가는 술집을 발견합니다. 그리고는 이곳이야 말로 메탈의 도시라 할 수 있는 인천을 다시 만들 수 있는 곳이라 판단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찾아오는 손님은..... 고작 관객 7명.
리규영 대표는 왜 손님이 없냐는 감독의 질문에 대답합니다.
‘부평에는 풍물축제가 있잖아. 그런데 우리는 로큰롤이잖아.’ 대단한 분석입니다. 리규영 대표의 의미가 어떻든 저는 이 대목에서 관 주도의 일방적인 문화 정책을 비꼬는 느낌이었습니다.

암튼 리규영 대표는 로큰롤의 복음을 전파하기 위해 우주에서 온 밴드 '갤럭시 익스프레스'와 홍대골방씬의 전설의 막장밴드 '타바코쥬스'를 영입을 합니다. 그리고 그 두 밴드를 비교해 보여주면서 그야말로 ‘루비살롱’이 뜨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여기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밴드가 바로 '갤럭시 익스프레스'와 '타바코쥬스'. 하지만 두 밴드의 비교 장면을 보자면 ‘1등과 꼴찌’, ‘명품과 쓰레기’를 비교하는 듯 합니다. 영화 속에서 ‘타바코쥬스’ 멤버들 스스로 ‘쓰레기’ 취급 받는것에 크게 게이치 않고 또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기도 합니다.

로큰롤을 지구에 전파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최고가 되다!

'갤럭시 익스프레스’. 이 밴드는 우주에서 수신된 외계의 로큰롤을 지구에 전파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공연할 때 입는 옷은 우주를 상징해서 모두 검은색입니다.

‘로큰롤은 진정한 로큰롤은 마음에 와 닿아야 한다‘

자막에 올라오는 말처럼 이들은 무대에서면 열정적으로 변해버립니다. 진정한 고큰롤은 마음에 와 닿아야 하기때문입니다. 공연에서 그들은 스스로가 탈진해 버립니다. 그들의 열정. 그것은 고스란히 관객들에게 전해집니다. 그들이 열광하면 관객들이 열광하고, 그들이 탈진하면 관객들도 탈진해 버립니다. 정말이지 ‘갤럭시 익스프레스’처럼 관객들과 호흡하는 밴드는 본적이 없는 듯 합니다. 그 호흡은 로큰롤에 대한 열정에서 비롯되고 그 열정은 지구에 로큰롤을 전파해야 한다는 그 사명감 하나로 시작됩니다. 그 사명감은 그들에게 끊임없는 발전과 성장을 요구하고 ‘갤럭시 익스프레스’는 그야말로 최선을 다합니다. 공연을 하면 할수록 더욱더 성장해 가고, 어떠한 홍보도 하지 않지만 공연하나로 입소문 하나로 결국 인디밴드의 황태자로 세상에서 가장 시끄러운 밴드로 유명세를 타면서 각종 음악상에 이름이 올라갑니다.

술, 싸움, 게으름의 대명사 타바코쥬스. 하지만 그들은 진정한 자유인!

이에 반해 ‘타바코쥬스’는?
그야말로 찌질이 궁상입니다. 정말이지 이런 개망나니 같은 밴드는 처음 봅니다. 이 밴드의 주된 화제는 술, 싸움, 게으름입니다. 한창 ‘갤럭시 익스프레스’는 잘나가고 있는데 반해 ‘타바코쥬스’는 술을 먹다 공연을 펑크내는가 하면, 다툼으로 인해 보컬 없이 공연을 하면서도 관객 앞에 뻔뻔스럽습니다.

하지만 그런 그들이 왠지 밉지가 않습니다. 그들 스스로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너무도 잘압니다. 하지만 그런것에 연연해 하지 않고 좋으면 공연하고 연주하고 술이 더 땡기면 술을 마시고 공연을 포기하는 그야말로 마음 가는 대로 하는 자유인입니다.



'내가 요즘 나루토를 보고 있는데, 열심히 안하면 안될 것 같애.‘
’근데 우린 열심히 않하잖아. 그래 우리 안될꺼야 아마'


밴드에서 보컬을 맡고 있는 권기욱의 말을 듣고 있노라면 천진난만한 아이 같아 웃음이 픽 나옵니다. 우여곡절 끝에 만든 앨범으로, 첫 발매기념 공연을 하는 날. 사람들이 별로 오지 않을 것 같아 이런저런 걱정을 하는 맴버들. 하지만 공연장은 관객들로 가득 매우고 공연은 그야말로 대성공을 합니다. 이미 사람들 사이에서 ‘타바코쥬스’ 역시 유명해 져 있었던 것입니다. 그들의 자유로운 행동과 마음이 “이 빌어먹을 세상에” 있어서 더욱 소중한 존재로 느껴졌나봅니다.

개인적으로 영화를 보면서 ‘갤럭시 익스프레스’는 참 멋졌습니다. 하지만 ‘타바코쥬스’는 정겨웠습니다. 그저 더 가깝게 느켜져서 좋았습니다. ‘타바코쥬스’의 공연이 끝나고 모든 관객들과 뒤풀에 자리에서 ‘공연보다 뒤풀이에 다 같이 와서 술마시는게 더 좋다’라고 말하는 맴버의 모습에 더욱더 다정함을 느꼈습니다.

‘루비살롱’, ‘갤럭시 익스프레스’, ‘타바코쥬스’ 그들의 열정과 자유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고, 이 빌어먹을 세상에 로큰롤 스타를 만들었습니다. 아니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세상의 모든 밴드들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이 빌어먹을 세상, 답답한 세상, 세상의 벽이 느껴진다면 이영화를 한번 보십시오. 그러면 이 빌어먹을 세상도 한번 살아갈 만합니다.

※ 이글은 주권닷컴(http://blog.ohmynews.com/peoplepower)에도 공동으로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