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슈퍼맨들, 기업형 슈퍼마켓을 굴복시키다!

2009. 7. 30. 12:32세상은


7월 28일. 인천 부평구 갈산동에 위치해 있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갈산점 앞에는 슈퍼맨들이라 불리는 동네 슈퍼 상인들과 인근의 중소상인들이 속속 모여들기 시작했다. 모여든 상인들은 삼삼오오 모여서 이런저런이야기를 나누며 약간은 흥분되어 있었으며, 들뜬 기분이었다. 이어 각 종 언론사에서 들떠있는 상인들의 모습을 그리고 무슨 이야기가 나오는지 카메라는 이들을 향해 돌아가고 있었다. 동네에서 작은 슈퍼를 운영하는 슈퍼맨들! 이들에게 무슨일이 있었나?

골리앗을 쓰러뜨린 다윗, 기업형 슈퍼마켓을 굴복시킨 슈퍼맨들!

7월 27일은 갈산동에서 슈퍼를 운영하는 슈퍼맨들에겐 그야말로 피말리는 하루였고, 주변의 다른 상인들에게도 촉각을 곤두 세운 날이었다. 바로 중소기업청에서 삼성테스코에 ‘일시사업정지 권고’가 내려지는지 말지가 결정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아침부터 피말리는 사람들에게 그날 저녁 기쁨의 소식이 전해졌다. 중기청에서 “일시사업정지 권고”가 떨어진 것이다. 유통업체에 대한 “일시사업정지 권고”라는 행정 명령은 전무한 일이었다. 갈산동의 경우가 첫 사례로 꼽힌다. 그날 지역상인들은 물론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했던 지역 시민사회단체와 민주노동당 당원들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7월 22일.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갈산점 앞에서 노숙농성을 시작한지 6일만에 얻어낸 승리였다. 유통업계의 포식 공룡인 기업형 슈퍼마켓(SSM)을 동네 슈퍼맨들이 굴복시키고 만 것이다. 골리앗을 쓰러뜨린 다윗처럼.

7월 28일은 기업형 슈퍼마켓을 굴복시킨 슈퍼맨들이 주변의 상인들과 도움을 주었던 민주노동당, 시민사회단체 회원들과 함께 노숙농성을 정리하고 새로운 싸움을 준비하는 기자회견이었던 것이다. 

이보다 앞선 지난 21일에는 인천 연수구의 옥련동의 슈퍼맨들이 홈플러스 익스프레로부터 승리를 얻어냈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중기청의 “일시사업정지 권고”가 결정나기 전에 먼저 입점을 유예하겠다며 꼬리를 내렸다. 지난 7월 13일 천막농성을 시작한지 일주일만에 얻어낸 승리였다.  

상인들의 패배의식을 없앤 옥련동, 갈산동의 승리 

1996년 유통시장이 개방된 이후 대형마트는 급속도로 확산되었다. 이로인해 지역의 상인들은 그야 말로 유통업계의 포식공룡에서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었다. 상인대회를 열고 정치권에 문을 두드려도 봤지만 아무것도 해결 되지 않았다. 대형마트들이 급성장을 하는 동안에 중소상인들은 거리로 내몰려야 했다.

이 과정에서 중소상인들은 뭘해도 대형유통업을 이길수 없다는 패배의식이 자리잡게 된다. 당연히 정치권은 대책을 세우지 않고, 그저 선거시절 재래시장을 방문하는 제스쳐만 취했을 분이다. 이런 과정에서 급속한 성장을 한 대형마트는 포화상태에 이르렀고, 그들은 다시금 틈새시장을 노려 골목안까지 침투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바로 기업형 슈퍼마켓이다. 기업형 슈퍼마켓의 출현으로 또다시 거리로 내몰리게된 상인들.

더 이상 갈곳이 없었다. 그래서 동네 슈퍼맨들이 뭉치기 시작했고, 기업형 슈퍼마켓에 반기를 들기 시작했다. 정부와 여당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으니 스스로 일어날 수 밖에 없었다.

그 시작이 바로 인천 연수구 옥련동에서의 싸움이었고, 승리였다. 그 여세로 부평 갈산동에서의 처음으로 행정당국의 결정을 얻어낸 것이다. 이 두 싸움의 승리로 패배의식에 젖어있던 상인들은 스스로 단결하기 시작했다.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슈퍼맨들의 반격 

이 두 싸움의 여파는 굉장이 컸다. 전국의 슈퍼맨들이 기업형 슈퍼마켓(SSM) 입점 반대의 한 목소리를 내고 있으며, 이에 사업조정 신청에 들어간 기업형 슈퍼마켓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29일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기업형 슈퍼마켓과 관련한 사업조정 신청수가 14곳으로 접수됐고, 계속해서 늘어날 전망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인천, 청주, 가락동 등 기존에 알려진 기업형 슈퍼마켓 10곳 외에 서울 상계동, 용인 수지 등 전국적으로 사업 조정 신청이 이어지고 있다. 옥련동과 갈산동의 승리로 인해 전국의 슈퍼맨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찾기 시작한 것이다.  

슈퍼맨들의 반란으로 사실상 ‘올스톱’된 SSM 사업. 

인천 옥련동과 갈산동의 승리로 전국의 슈퍼맨들의 반격이 이루어 지면서 사실상 기업형 슈퍼마켓 사업을 중지시키는 효과를 만들어 냈다.

신세계는 쌍문동에 위치한 기업형 슈퍼마켓을 개장하는 것을 끝으로 더 이상의 출점 계획은 없다고 밝혔으며, 홈플러스도 마산과 안양 등에서 기업형 슈퍼마켓을 개점할 계획을 보류하고 있고, 롯데 슈퍼도 광주와 상계2동에서의 기업형 슈퍼마켓 개점을 일단 미뤄두고 있다. 옥련동과 갈산동의 승리가 이루어낸 성과이다.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을 통한 진정한 승리 얻어야

옥련동과 갈산동의 승리는 일시적인 승리지만 값진 승리였다. 하지만 그 승리가 모든 것을 해결해 줄 수는 없다. 슈퍼맨들과 중소상인들이 대형유통재벌들에게 진정한 승리를 얻기 위해서는 보다 확실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 현재 국회 법사위에 계류중인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상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개정할 수 있게끔 전국의 상인들이 단결해야 할 것이다. 슈퍼맨들의 반란으로 여론이 형성되자 정부와 여당에서도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그 대책이란 것이 현재 신고제로 되어 있는 SSM을 등록제로 전환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등록제로 전환한다고 해서 기업형 슈퍼마켓을 규제 할 수 없다는 것은 이미 밝혀진 사실이다.  

지난 1996년 유통업 개방 이후 허가제가 등록제로 바뀌면서 지금까지 전국적으로 400여개의 대형마트가 세워졌고, 이로 인해 중소상인과 업체는 부도와 폐업을 거듭하고 있는 상황이다. 즉 등록제는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을 규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정부와 여당은 등록제를 얘기하고 있다. 실질적으로 대형유통업을 규제하는 것은 바로 현행 등록제를 허가제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제 곧 9월에 정기국회가 있다. 9월 정기국회때 실질적인 법안이 통과 될 수 있도록 상인들의 힘을 모아야 할 때이다. 지역적으로 분산된 슈퍼맨들의 싸움이 아닌 전국적으로 함께 하는 싸움을 할때만이 진정한 승리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