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M이 뭐길래 12살 초등학생도 피켓을 드나?

2009. 7. 16. 21:32세상은

지난 15일 인천 연수구 옥련동. 삼성테스코의 SSM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가 입점하는 장소 앞에는 천막이 쳐져있고, 안으로 들어가야할 물품들이 밖에 쌓여있다. 그 물건들 앞에는 현수막을 걸고 피켓을 들고 생계도 접은채 지역 상인들이 물건을 안으로 들여 놓지 못하게 막고 있다. 

실제 이날 삼성 홈플러스 측은 물품 반입을 시도하였고, 이를 지역상인들은 저지하기 위해 몸싸움이 벌어 졌다. 4시간의 걸친 대치 속에 결국 홈플러스 측이 포기하고 물러났다. 잠시 양측은 소강상태로 접어 들었고, 옥련동 상인들은 물건 앞에 피켓과 현수막을 들고 자리에 앉아 안으로 물건이 들어가는 것을 계속 막고 있었다. 이때 한 어린아이가 지역상인들에게 다가왔다. 

손수 만들었다며 가져온 피켓. 서투르게 컴퓨터로 뽑은 구호와 서투른 글씨. 연수구 옥련동의 능허초등학교에 다닌다는 12살짜리 초등학생이다. 이 초등학생은 홈플러스 익스프레스가 입점하는 곳 길건너 쌍용 슈퍼마켓의 단골이었다. 쌍용 슈퍼 주인아주머니가 길건너 기업형 슈퍼마켓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입점으로 걱정하며 눈물 흘리는 것을 보고 가슴이 아팠다고 한다. 
그래서 손수 서투르지만 피켓을 만들어서 들고 나온것이다. 


주변지역 상인들은 아이의 행동에 고마워 어쩔줄을 몰랐다. 하지만 동네 구의원, 시의원, 국회의원 등 그지역 정치인들(모두 한나라당의원)은 자신들의 지역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는데도 얼굴한번 비치지 않았다. 정말 어린이 보다도 못한 정치인들이다. 하긴 이명박 대통령이 규제는 안된다고 했는데, 바로 그 한나라당 의원들이니 얼굴을 내밀수가 있겠는가? 기껏해야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해서 구의원이 찾아왔지만 욕만먹고 돌아갔다. 

도대체 SSM이 뭐길래 이렇게 상인들은 생업을 접고 그 앞에 천막을 치고 농성을 하는 것일까? SSM이 뭐길래 길건서 슈퍼 아주머니의 눈에 눈물이 흘리게 만들고, 12살 초등학생이 피켓을 들고 나오는 것일까?

SSM은 '슈퍼슈퍼마켓(Super Super Market)'의 줄임말로, 말그대로 일반 슈퍼보다는 규모가 크지만 대형마트보다는 훨씬 규모가 작은 마트다. 다른말로는 '기업형 슈퍼마켓으로 불린다' 쉽게 얘기해서 대형마트를 축소한게 SSM이라고 보면된다. 보통 300평 규모로 들어오던 SSM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70~80평 규모로 들어오면서 더욱 골목 상권안까지 파고 들게 되었다. 당연히 지역의 상권은 대자본앞에 무너질수 밖에 없었다. 

기업형 슈퍼마켓은 기존의 대형마트들이 입점하는 방식과 전혀 다르게 입점하고 있다. 기존의 대형마트의 경우 땅을 사고 건물을 짓는 방식의 대규모였다면 SSM은 기존의 건물을 임대하는 방식을 취하며 입점을 하는 것이다. 물론 건물을 임대하기 위해 건물 주인에게 기존 임대료의 3배를 주면서 입점을 하게 되는 것이다. 당연히 건물 주인들은 임대료가 높은 임대료를 받기위해 SSM의 입점을 적극 받아드리게 되는 것이다. 실제 부평구 갈산동에 위치해있는 상가들의 경우 홈플러스 측에서 이미 5~6개의 상가를 사들이고 150평규모의 SSM을 입점하기 위한 공사가 한창이었다. 이곳도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다. 당연히 대자본으로 밀고들어오는 SS에 기존의 상가들은 속수무책일 수 밖에 없다. 

이렇게 대자본으로 무장한 기업형 슈퍼마켓의 입점은 바로 그지역의 상권 몰락을 의미하는 것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제21회 중소기업주간(5.18.~5.22.)에 SSM 3개사(GS수퍼·롯데수퍼·홈플러스EX) 주변 300개 소매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SSM 입점이 중소유통업에 미치는 영향조사를 보면, 동네 슈퍼 등의 79.0%가 ‘SSM 입점 후 경기가 악화됐다’고 응답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소상인들에게 절실한 것은 바로 대형마트와 SSM에 대한 정부의 규제이다. 하지만 정부는 이런 중소상인들의 요구를 들어줄 생각이 없는듯 하다. 지난 6월 25일 서민정책을 펼치겠다며 재래시장을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은 대형마트를 규제해달라는 상인들의 요구를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즉 정부는 대기업의 이익만을 바라볼뿐 중소상인들의 어려움은 쳐다도 보지 않는다. 그저 알아서 살아남으라고 이야기 할뿐.

인천 연수구 옥련동 상인들의 SSM반대 농성은 어찌보면 스스로 살아남으라는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답일 것이다. 몇년째 죽어가고 있는 중소상인들을 외면하는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 그와 반대로 동네 상인들이 안쓰러워서 함께 살자고 피켓을 들고 나온 12살 초등학생. 이나라 대통령과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은 12살 초등학생보다도 못하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