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세상연구소 논평]북의 인공위성 발사, 제재가 능사인가

2009. 2. 25. 13:26세상은

[새세상연구소 논평]북의 인공위성 발사, 제재가 능사인가

- 오바마 행정부는 인공위성 대리발사를 약속하라

 

북측의 조선우주공간기술위원회가 ‘통신위성인 광명성 2호를 운반로켓인 은하2호에 실어보낼 준비를 하고 있다’고 공식 발표하였다. 이 발표를 계기로 ‘북한 미사일 발사 논란’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북측이 ‘인공위성’을 발사한다면 미사일 문제가 크게 부각될 것이다. 인공위성 발사 능력은 곧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능력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문제는 복잡해진다. 북측이 이미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 문제와 결합하여 북미 사이의 미사일 문제는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치달을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출범하자마자 가장 커다란 외교적 과제를 떠안게 된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북측은 예고한 바를 어김없이 실행한다는 점이다. 국제적 제재 여론이 북측의 행동을 저지하지 못한다는 사실은 이미 지난 핵실험 과정에서 확인되었다. 2006년 북측이 핵실험을 예고했을 때 모든 나라들 심지어 ‘혈맹’으로 평가받는 중국마저 명확한 반대입장을 표명했지만 북측은 핵실험을 단행했다.

 

그러나 또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이 있다. 북측은 미국의 정치외교적 대응에 따라 사전 예고한 행동 혹은 이미 돌입한 행동을 과감하게 중단했다는 점이다. 2008년 핵불능화 작업 중단과 원상복구 결정이 그러했다. 2008 8월 북측은 미국이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며 핵불능화 작업을 중단하고 원상복구하겠다고 예고한 후 이를 단행했다. 그러나 미국이 10월 테러지원국 지정을 해제하자 바로 그 다음날 불능화 작업을 재개했다.

 

북측의 행동패턴을 요약하자면 전형적인 ‘Tit-for-Tat' 전략이다. 북측 성명이나 논평에 자주 등장하는 ‘선의에는 선의로, 강경에는 초강경으로’라는 표현은 이 전략에 대한 북측 특유의 표현이라 할 수 있다.

 

한미일 3국은 북측의 ‘미사일 발사’를 도발로 간주한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피력했다. 설령 인공위성 발사라도 유엔안보리 결의 1718호 위반이라며 북측을 압박하고 있다. 유럽연합을 포함한 다른 국가들의 입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중국과 러시아 역시 한미일 3국과 동일한 톤은 아니지만 북측의 ‘인공위성’ 발사에 대해 우려의 시각을 갖고 있다.

 

한미일 3국은 대북 압박을 통해 북측의 ‘인공위성’ 발사를 막아보려는 것으로 보인다. 미사일 발사를 통제할 수 있는 국제 협약으로 미사일기술통제협정(MTCR)이 있다. 그러나 북측은 MTCR에 가입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규정을 적용하여 제재를 가하기는 힘들다. 유일한 제재 방안으로 고려할 수 있는 것이 유엔안보리결의 1718호이다. 1718 5절에 “북한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과 관련된 모든 활동을 중지하고 기존의 미사일 발사 유예 공약을 재확인할 것을 결의한다”고 되어어 있다. 한미일 3국 정부는 설령 북측이 인공위성을 발사했다고 하더라도 미사일과 마찬가지로 3단 로켓 추진체를 사용하기 때문에 유엔안보리결의 1718호 위반이며 따라서 제재도 가능하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접근은 두 가지 문제를 간과하고 있다. 첫째, 같은 로켓 추진체라고 하더라도 인공위성과 미사일은 목적이 다르다. 핵확산금지조약(NPT)이 매개 국가들의 평화적 핵이용권을 제한하지 못하듯이 유엔안보리 결의라고 하더라도 매개 국가들의 우주개발권을 제한할 수는 없다. 둘째, 설령 제재를 가한다고 하더라도 제재의 실효성이 없다. 2006년 핵실험의 결과 유엔안보리결의 1718호가 채택되었다. 중국과 러시아도 동의했지만 이들 나라들은 유효한 제재를 가하지 않았다. 1998년 이미 한 차례 발사한 바 있는 ‘인공위성’을 재차 발사한 것을 갖고 중국과 러시아가 유효한 제재에 나설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북측의 행동 패턴상 유엔안보리결의 1718호를 적용하여 국제사회가 제재를 가한다면 북측은 더욱 공세적으로 나올 것이다. 따라서 대북 압박은 문제 해결 카드가 아니라 상황 악화 카드가 될 것이다. 만약 오바마 정부가 북측의 ‘인공위성’ 발사를 막고자 한다면 정확한 문제 해결 카드를 제시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서 오바마 행정부는 다음의 두 가지를 상기해야 한다. 첫째, 북측이 ‘인공위성’ 발사를 예고한 정치적 의도이다. 1998년엔 사전 예고가 없었던 점을 고려하면 이번 예고는 무언가 다른 정치적 의도를 갖고 있다고 봐야 한다. 북측은 오바마 행정부와 포괄적 협상을 통해 핵과 미사일 문제를 해결하고 관계정상화로 나아가고 싶다는 의사를 여러 통로를 통해 직간접적으로 밝힌 바 있다.

 

오바마 행정부가 상기해야 할 것으로 둘째, 클린턴 행정부와 진행했던 미사일 회담에서 북측이 제시한 방안이다. 북측은 당시 회담에서 30만 달러를 지원하면(현물 지원도 가능하다는 입장까지 제시했다) 미사일 수출을 중단하고 인공위성을 대리발사해주면 장거리 미사일 개발을 하지 않겠다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그같은 협상이 타결 직전까지 진전함으로써 2000 10월 북미 공동코뮤니케까지 발표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이제 오바마 행정부가 제시해야 할 카드가 분명해 진다. ‘인공위성’ 발사 예고는 북측 특유의 방식으로 미사일 문제에 대해 오바마 행정부와 담판을 짓고자 한다는 의사를 전달하는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가 인공위성 대리 발사를 약속한다면 북측은 ‘인공위성’ 발사를 중단할 것이다.

 

즉 오바마 행정부는 인공위성 대리 발사를 약속하고 그 약속의 연장선에서 북미공동코뮤니케를 이행하는 대북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이로써 부시 집권 8년 동안 헝클어졌던 북미관계 정상화 로드맵을 부활시켜야 한다. 오바마 행정부가 인공위성을 대리발사함으로써 북측은 우주개발 권리를 보장받게 되고 미국은 북측의 장거리미사일 개발을 저지할 수 있게 된다. 60년 가까이 적대관계를 유지했던 북미 양국이 상호 윈윈할 수 있는 유일한 대책이다.

 

이명박 정부에게도 한마디 하고자 한다. 현재의 ‘인공위성’ 발사 국면은 위기임과 동시에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위기의 끈을 부여잡고 남북 관계 개선의 여지를 박탈하느냐 기회의 끈을 잡고 북미 관계 개선에 남측 정부가 일조하느냐 하는 중대한 시점이다. 이명박 정부는 오바마에게 전화를 걸어 인공위성 대리 발사를 요구해야 하며 북미 직접 대화를 촉구해야 한다. ‘남북 간에 대화하자’는 무의미한 발언보다 그와 같은 현실적 발언이 남북 관계를 개선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이다.

 

2009 2 25

민주노동당 부설 새세상연구소(소장 최규엽)

문의 : 장창준 상임연구위원(010-6449-72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