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자영업인 위해 정부가 카드 수수료 지원해야

2009. 2. 13. 10:42세상은

영세자영업인 위해 정부가 카드 수수료 지원해야
카드 수수료 문제의 근본 원인과 영세 자영업인을 위한 개선 방안
2009-02-10김일영/새사연 정치사회연구센터장
 


1. ‘시장논리만 따지지 말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한마디

지난 1월 21일 정부는 가맹점 망을 갖춘 7개 카드사가 전국 1,550개의 재래시장 소재 가맹점의 수수료를 2.0~2.2퍼센트로 인하키로 했다고 밝혔다. 영세 가맹점에 대한 카드 수수료 인하를 촉구하는 사회적 여론에도 불구하고, ‘하루 결제금액 13만 원 수준의 아주 영세한 가맹점’에 한해서만 수수료를 낮추며 생색을 내던 카드사들의 기존 태도로 볼 때 놀랄만한 일이다. 내막을 따져보면 지하벙커에서 경제전쟁을 지휘하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의 한마디 때문임을 알 수 있다.

“백화점보다 재래시장 수수료가 더 높은데 이를 개선해 더 낮아지도록 했으면 좋겠다. 시장논리만 따지지 말고 서민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접근해 조속한 시일 내에 대책을 마련하라.”

시장만능을 얘기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말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생경하다. 하긴 이명박 대통령도 600만 명에 이르는 자영업인들의 ‘이렇게 가다간 죽는다’는 아우성을 계속 모르쇠 하긴 힘들었을 것이다. 어찌됐던 나 몰라라 하던 카드사들이 일제히 수수료 인하를 한 것을 보면 적자 경영을 하라는 말이냐며 엄살을 떨만큼 불가능한 조치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08년 1/4분기 현재 신용카드사들은 2005년 2/4분기 이후 연속 흑자를 시현하였으며 자산건전성 역시 개선되는 추세에 있었다. 또한 5개 전업카드사의 당기순이익은 6,358억 원, 영업이익은 6,988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이익은 2003년 카드 남발로 인한 부실을 메워오면서 낸 이익규모다. 생각해보면 카드사들이 정부와의 합작품으로 만들어낸 2003년 카드 사태가 없었다면 엄청난 이익실현을 계속 해 왔을 것이다.

카드사들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준 덕에 정부는 1월 31일 중소 가맹점의 수수료를 대형 가맹점보다 낮추기 위한 대책을 추가로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했던 카드 수수료 문제는 이렇듯 대통령이, 정부가 의지만 있다면 쉽사리 해결될 수 있는 문제였던 것이다.

필자는 이 글에서 이왕 마련하는 정부의 대책이 제대로 된 것이길 바라면서, 첫째 카드 수수료문제는 시장논리를 적용할 것이 아니라 시장 실패의 사례로 보고 구조적인 대안을 마련할 것과, 둘째 경제위기 상황에서 금융기관들에게 엄청난 구제 금융을 쏟아 붓는 것과 형평을 맞추는 차원에서라도 자영업인들에 대한 지원책을 비상하게 추진할 것을 주문하고자 한다.

2. 정부의 저인망에 잔고기만 죽어간다

카드 수수료 문제가 왜 ‘시장 실패’의 사례인지 살펴보자. 신용카드가 도입된 지 오래이건만 최근 들어 심각한 사회적 갈등으로 등장한 이유는 무엇인가.

먼저 신용 결제 시스템이 갖는 현대경제에서의 성격 문제다. 100년 전만 해도 전기 없이 살 수 있었지만 지금은 거의 불가능한 것과 마찬가지로 카드사용과 같은 신용거래 시스템은 현대자본주의 상거래의 기본적인 인프라에 해당한다. 교통으로 보면 도로망과 같은 것으로 분명히 공공적 성격을 갖는다.

그런데 이러한 신용거래 시스템을 도입했다고 모든 나라에서 카드 수수료를 둘러싸고 분쟁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여기에는 한국만의 독특한 환경이 존재한다. 이를 3가지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정부가 자영업인들의 소득을 정확히 파악한다는 취지(과표 양성화)에서 신용카드 사용을 적극 권장하는 차원을 넘어 법적 강제력을 동원해왔다. 보통 카드 결제가 가능한 모든 상점을 카드 가맹점이라고 하는데 사업자가 카드 가맹점이 되고 말고는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그러나 카드 사용자에게 소득공제 등의 혜택이 주어지는 탓에 소비자들은 카드 결제를 선호할 수밖에 없고 따라서 망하지 않으려면 가맹점으로 가입해야 한다. 일정규모 이상, 또 특정 업종 등에 한해서는 카드 사용을 의무화하기도 했다.
일단 가맹점이 된 이후에는 카드 결제를 거부할 수 없다. 이를 어길시 1년 이하의 징역과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내도록 법률로 정해두었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처럼 가맹점이 되고도 상거래가 발생할 때마다 현금거래를 할지, 카드거래를 할지 사업자가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우리나라에는 없는 것이다.
정부의 이러한 정책기조에 따라 신용거래 시스템에 새롭게 편입된 영세자영업인을 포함하는 사업자들이 곤궁에 처하게 되었다. 이전에 카드거래를 하지 않던 영세사업자들에게 높은 수수료는 남의 이야기였지만 지금은 대다수의 고통이 된 것이다. 2007년 정부의 카드 수수료 합리화 조치가 내려지기 전에는 보통 주유소나 종합병원이 1.5퍼센트, 대형 할인마트는 1.8퍼센트로 상대적으로 낮은 수수료를 낸 반면, 슈퍼마켓과 음식점은 2.7퍼센트, 학원 3.3퍼센트, 유흥업종 4.5퍼센트로 2~3배나 비싼 수수료를 내야 했다.

둘째는 카드사는 신용거래 시스템망을 통해 안정된 수입을 취하면서 다양한 비용을 카드 수수료에 포함시키고 대형업체에게 할인혜택을 집중하는 영업행태를 보이고 있다.
이는 마치 고속도로를 타고 앉아서 휴게실, 주요소 등의 알짜배기 수익사업도 하고 가격을 비싸게 받는 것과 같다. 고객을 가득 태운 대형버스 기사들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등의 편의를 봐주는 휴게소처럼 수익률은 낮더라도 액수가 큰 고객에게 할인정책을 우선적으로 쓰는 것이다. 서울에서 부산을 가려고 할 경우 국도로 가지 않는 한 고속도로를 이용할 수밖에 없고, 그렇다면 비싼 가격에도 휴게소와 주유소의 이용은 불가피하다. 마찬가지로 카드사들은 카드 결제로 가맹점도 이익을 얻고 있기 때문에 비용부담은 당연하다고 주장하지만 영세사업자들이 카드 결제를 도입함으로써 얻는 이득이 현재의 수수료 부담을 충분히 상쇄할 정도라는 명확한 근거는 없다. 오히려 대형 사업자의 할인혜택을 위해 영세 사업자들이 고율의 수수료를 감당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셋째는 신용거래를 중개하는 카드사들의 자금 조달방식의 문제와 지나치게 높은 이자율이다.
카드거래에서는 신용거래 시스템 이용에 따른 비용 외에 다른 비용이 수수료에 포함되어 있다. 사업자가 일종의 외상거래인 카드 결제로 100만 원어치를 판매했다면 이를 현금으로 바꾸면서 수수료를 카드사에게 지불한다. 어음할인과 같이 채권이 가진 리스크 비용과 통상 이자비용이 수수료가 되는 셈이며 결국 카드사는 카드사용자와 카드 가맹점 사이에서 1달 또는 일정기간 동안 100만 원을 융통해주는 대가를 받는 것이다. 따라서 이 대가는 100만 원에 대한 시중의 이자율 정도가 타당하다. 그러나 실제 수수료는 카드사가 다른 곳에서 100만 원을 빌려오는 이자에, 카드사용자에게 빌려주는 이자까지 합산해서 정해진다.
가령, 수수료가 3퍼센트라고 할 경우 통상의 현금 이자율로 따지면 연 36퍼센트에 달한다. 실제 카드 수수료는 4.5퍼센트에 달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최대 48퍼센트에 달하는 이자를 내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는 이자제한법의 30퍼센트보다도 높은 이자율이다. 수수료 중에서 카드사의 자금조달 비용이 어느 정도를 차지하는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절반 정도라 하더라도 20퍼센트가 넘는 이자율이 된다. 이는 가맹점주들이 일반 신용거래를 할 때의 이자보다 높은 수준이다. 중소기업 이익률은 지속적으로 하락추세에 있기 때문에 카드수수료 부담이 영세자영업인들의 경영수지를 악화시키는 핵심 요인이 되고 있다. 결국은 영세사업자가 노동해서 번 돈의 상당액이 카드사와 카드사에 돈을 빌려준 투자자의 몫으로 돌아가는 셈이다.

한마디로 정부가 카드사용을 강제하는 저인망을 펼쳤는데, 그물 안에서 큰 고기들이 작은 고기를 다 잡아먹고 있는 형국이다.

3. 신용거래 시스템은 공공인프라, 공공적 통제가 필요

카드 수수료 문제의 원인은 정부가 주도해서 조성한 경제 인프라를 카드사라는 개별 기업들에 맡겨버린 데 있다. 이미 카드사들은 카드 남발로 인한 국민적 경제난을 초래한 바 있고 현금서비스 등 고이율의 금융상품에 열을 올리는 등 공익적 금융기관이라고 하기에는 부적절한 경영행태를 보여왔다. 과연 이들이 공공적 성격의 신용거래 시스템을 자율적으로 운영할 자격이 있다고 할 수 있겠는가.
카드사들이 시장논리를 내세우고 자율을 주장하려면 신용거래 시스템의 독과점적 지위를 이용한 이윤추구가 아니라 자본 시장 자체에서 수익모델을 찾아야 한다. 외국의 카드사들은 ‘리볼빙(revolving system)’을 주요 수입원으로 하면서 카드 수수료라는 손쉬운 수익모델에 집착하지 않는다.

도로를 이용할 때도 규칙이 있듯이 신용거래 시스템에도 적절한 규칙이 필요하다. 신용거래는 자칫하면 잘못된 외상거래, 부채거래가 되어 부실을 만드는 통로가 된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도 결국은 부채를 끌어다 집을 사고, 집값이 오른 만큼 추가부채를 끌어다 쓰면서 나중에는 상환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면서 세계 경제위기로 이어졌다. 위기의 심각성이 도를 넘어선 이유는 신용거래의 위험을 감당 가능한 수준으로 관리하지 못해왔기 때문이며 위험관리 제도를 ‘규제’라는 이유로 없애왔기 때문이다. 사실 멀리 미국의 사례가 아니라도 2003년 카드대란을 통해 우리가 직접 경험한 바 있다. 즉 신용거래 시스템도 잘 쓰면 약이지만 잘 못 쓰면 독이 될 수 있다. 적절한 규제가 필수적이란 말이다.

신용거래 시스템의 지불중계기능(payment gateway)이 공공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전문가들도 인정한다. 정부는 이를 공적으로 관리해야 할 책임이 있다. 더군다나 신용거래 시스템은 세수 확보를 위한 시스템이라기보다는 현대 경제의 금융화에 따른 경제 인프라다. 정부가 세수 확보만을 생각하고 경제 인프라로 인해 피해를 입는 사회적 약자들을 외면하는 것은 옳지 않다.
정부는 신용거래 시스템으로 매년 10조 원에 달하는 세금을 추가로 거둬들이고 있다. 그런 점에서 카드 사용 확대로 가장 큰 이익을 본 것이 정부라는 일각의 주장도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당연히 소득에 따라 세금은 내야 한다. 그러나 세금 납부 외의 부당한 손실이 발생하는 것은 정부가 마땅히 바로 잡아야 한다.

2007년 한국금융연구원이 금융감독원의 의뢰를 받아 ‘가맹점 수수료 원가산정 표준안’을 만들었고,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수수료 합리화 방안을 수립했다. 연구용역에 기초해 정부가 인하조치를 권고한 배경에는 ‘카드사의 이익규모 등을 감안할 때 인하조정의 여지가 있음’을 확인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의 조치는 원가산정 표준안을 카드사들의 내규로 만드는 수준의 ‘권고’에 그치고 있다.
이처럼 여론에 떠밀려 정부가 부분적인 개선안을 권고하거나 경제위기의 단기적인 지원책만을 가지고는 근본적인 문제해결은 요원하다.

새사연은 다음과 같은 방안들을 검토할 것을 제안한다.
첫째, 정부가 직접 신용거래 시스템을 운영할 공적기관을 설립하여 카드사에게 일임하고 있는 업무를 회수하는 것이다. 그럴 경우 신용거래에 대한 실비용 파악과 수수료 산정에서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
둘째, 지금처럼 민간에 맡길 경우, 카드사가 신용거래비용과 다른 상품에 소요되는 비용을 임의적으로 섞지 않도록 신용거래 수수료 가격결정과 관련한 규제제도를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 수수료 결정 시 카드사들의 원가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토록 하고, 이해관계자들의 반론 제기의 기회를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최종적인 결정은 규제기관이 카드사들의 가격결정 근거와 다른 이해관계자들의 반론을 토대로 명확한 근거에 기초해서 확정해야 한다.
셋째, 신용거래 시스템 운영의 기본 실비용은 정부가 직접 담당하는 것이 맞다. 부가가치전산망 운영비용이 대표적인데, 이는 전체 수수료의 1퍼센트에도 미치지 않는 금액이다. 도로 건설을 정부가 하듯 신용거래 시스템도 경제 인프라의 하나이므로 정부가 재원을 댈 이유도 충분하면, 신용카드 사용으로 증가된 세원의 규모나 국민경제에 대한 기여도를 감안할 때 이는 결코 큰 비용이 아니다.
넷째, 신용거래를 위한 카드사의 자금조달을 전부 자본시장에 맡기지 않고 공공기금을 조성하여 낮은 이자로 운영하는 것이다. 영세민 전세자금 융자와 같이 3퍼센트 수준의 이자로 운영할 수 있는 정책자금을 조성하여, 카드사가 영세사업자와의 거래에 사용하는 자금으로 활용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4. 대형할인점 수준으로 카드수수료를 낮추는 법

용산 참사를 계기로 자영업인의 생존의 위기가 다시금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지만 그 대책은 여전히 더디고 미흡하기만 하다. 카드수수료 체계의 합리적 개선 대안은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므로 현재의 절박함에 맞는 긴급대책이 필요하다.
지난해 정부는 위기에 빠진 주요 금융기관과 기업을 살린다고 10조 원 규모의 ‘채권안정펀드’를, 추가로 20조 원 규모의 ‘은행자본확충 펀드’를 조성해 총 30조 원을 은행 살리기에 쏟아 부었다. 여기에다 기업 대출을 독려하기 위해 국책은행 12조 원을 포함 총 50조 원의 중소기업 금융지원기금을 조성하여 은행을 통해 지원할 계획이다. 기준금리 인하와 같은 금리정책도 곁들였다. 그러나 은행은 기업대출을 늘리기는커녕 오히려 기존 대출을 회수하고 있으며 그나마 신규대출은 여전히 고금리다.
반면, 지난해 정부가 유가 상승에 따라 실시한 세금환급으로 2009년 6월까지 전체 자영업인인의 85퍼센트인 390만 명에게 지급하기로 한 금액은 8,600억 원이다. 그 중 2008년 11~12월 2개월간 실제로 지급된 것은 344만 명, 7,006억 원이었다. 은행을 위한 직접적인 지원액 30조 원의 2.5퍼센트에 불과한 규모다.

백번 양보하더라도 서민들을 위한 경제활성화 정책은 형평성 차원에서라도 마땅히 실시해야 한다. 그것도 매번 은행을 통해 빙빙 돌려서 지원하는 방식이 아니라 직접적으로 당장 서민들의 소득을 증가시킬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 신용카드 사용 확대로 인한 세수 증가가 10조 원에 이른다. 정부는 이 돈을 부자 감세로 인한 세수 감소분을 메우는 데 사용할 것이다. 그러나 이 돈은 서민경제를 살리는 데 사용되어야 한다. 유가환급금과 같은 일회적인 방식에 영세자영업인들의 일상적 수입을 보전해 주는 방식의 지원이 결합되어야 한다.
2007년 11월부터 시행된 카드 수수료 인하로 인한 카드사의 수익감소효과는 정부 추정으로 연간 4,140억 원이다. 2008년 9월 현재의 카드 수수료율은 영세가맹점(연 매출 4,800만 원)은 2.3퍼센트, 일반가맹점은 3.5퍼센트가 최고치로 나타났다. 4,140억 원은 영세가맹점의 경우 약 30퍼센트 인하, 일반가맹점은 15퍼센트 정도 인하하는 데 소요된 비용이다. 물론 카드사들이 수익감소를 최소화하기 위해 인하의 대상과 인하율을 자율적으로 정한 것이기 때문에 실제 인하폭은 더 작을 수 있다. 만약 영세가맹점과 일반가맹점의 수수료율을 대형가맹점의 1.5~1.8퍼센트 수준으로 추가 인하하기 위해서는 기존 수수료 인하 소요액 4,000억 원 정도거나 조금 더 큰 규모일 것으로 추정된다. 대형가맹점의 1.5퍼센트 수준의 수수료율도 현금이자율로 따지면 연 18퍼센트에 상당한다. 수수료에는 다른 비용도 포함된 것이긴 하지만 대기업들도 부담스런 이자율이 아닐 수 없다.

현재 경제위기 상황에서 영세자영업인, 소상공인을 위한 대책은 시급하다. 정부가 카드 수수료 인하를 카드사들에게 권고하는 방법에만 의존하지 말고 다음과 같은 조치를 과감히 실행할 필요가 있다.

첫째, 경제가 제자리를 찾기 전까지 한시적으로 모든 카드가맹점의 수수료를 대형가맹점 수준인 1.5퍼센트로 인하해야 한다. 인하비용은 카드사의 이익률을 합리적으로 규제하는 방법과 정부가 직접적인 재정투입으로 수수료를 대납하는 방법을 모두 사용할 수 있다. 지난 영세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인한 카드사 소득감소효과가 약 4,000억 원이었던 점에 비추어, 약 1조 원 내외의 재원으로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이러한 지원은 열심히 일하는 자영업인들에게 직접적인 소득지원의 효과와 함께, 내수 부진의 상황에서 소비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이다.

둘째, 중소기업 대출을 위해 은행에 저이율의 자금을 지원하는 것과 같이 영세가맹점의 신용거래에 소요되는 자금에 한정해서 정책자금을 지원하는 것도 추가로 검토해볼 수 있다. 정책자금을 제공받고자 하는 카드사는 영세가맹점과의 신용거래 비용에 대해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강제해야 한다. 이런 카드사들은 자금조달비용의 절감으로 영세가맹점 확보에 유리한 입지를 갖게 된다. 물론 카드사들로서는 과다한 이익추구 방법들이 드러날 수 있기 때문에 담합하여 저항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으나, 여론의 따가운 눈총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조치는 장기적으로 카드 수수료 산정의 투명성을 높여 합리적인 가격산정에 기여할 것이며, 앞에서 언급한 장기적 대안으로의 이행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경제위기를 감안한 직접적인 수수료 지원과 간접적인 금융지원이 영세자영업, 소상공인들에게 상당한 힘이 될 것이라는 점은 쉽게 알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시장논리만 따지지 말라’는 말이 빈말이 되지 않길 바라며 시장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서도 정부의 책임있는 역할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김일영 kiy@saesayon.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