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파산자, 0명에서 12만명으로 급증한 까닭

2007. 8. 6. 14:49세상은

[논평] 파산자, 0명에서 12만명으로 급증한 까닭
10년도 안 돼 경제활동인구 1000명당 119명이 ‘신용불량’ 상태…
고리대, 신용카드 남발, 묻지 마 대출 등 정부와 채권기관의 도덕적 해이 때문


한국금융연구원이 ‘파산제도의 경제적 역할 및 제도개선 방향’ 보고서에서 “국내의 경우 개인파산 제도가 남용되고 있다”며 ‘도덕적 해이’ 등을 막기 위한 유인책 마련을 주장했다.

수백만명의 국민이 채무상환 불능상태에 있는 상황에서, 금융연구원의 보고서는 채권기관 중심의 시각에서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만 거론하고 있다.

보고서는 우리나라의 개인파산 신청건수가 2006년 현재 인구 1000명당 2.6명으로 미국(5.0명)과 프랑스(3.0명)보다는 낮지만, 독일(1.5명) 영국(2.0명) 네덜란드(0.9명) 등보다는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자제한법이 유지되고 신용카드 남발현상이 없던 1998년 이전까지 우리나라의 개인파산 신청건수는 0건이었다. 정부의 고리대 허용과 카드경기 활성화 정책, 채권기관의 길거리 신용카드 발급과 ‘묻지 마’ 대출이 활개를 치면서 이른바 ‘신용대란’ 사회가 닥쳤고, 개인파산 신청건수도 급증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금융채무 불이행자(옛 신용불량자)의 숫자는 2006년 현재 280만명에 달한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연66%의 고리대가 허용되면서 사금융 이용자도 500만명으로 추산되며, 700만명의 서민이 제도금융기관에서 탈락했고, 수많은 사람들이 보증채무로 얽혀 있기까지 하다.

정부의 고리대 허용과 신용카드 활성화 정책, 채권기관의 무분별한 대출 때문에, 불과 10년도 안 되어 전체 경제활동인구의 11.9%, 1000명당 119명이 신용불량 상태에 빠진 것이다. 개인파산 신청건수가 인구 1000명당 2.6명으로 늘어난 이유는 정부와 채권기관의 도덕적 해이 때문인 것이다.

아직 우리 사회는 수백만명의 잠재 파산자를 안고 있다. 파산자가 급증하는 데는 10년도 걸리지 않았지만, 이들을 사회적으로 재기시키는 데는 지금의 개인파산제도로는 수십년이 걸려도 모자랄 지경이다.

따라서 금융연구원의 지적과 달리 개인파산제도는 더욱 활성화되어야 한다. 대부분의 개인파산 신청자는 현재의 소득과 재산으로 빚을 갚을 수 없는 상황이고, 신용회복위원회의 개인워크아웃제도는 최저 생계비로 8년간 생활해야 하는 등 채무자에게 가혹한 변제조건을 강요할 뿐 아니라 현실성이 부족하다.

법원도 재산은닉, 허위진술, 낭비·사치로 인한 채무 증가 등의 경우 엄격히 개인파산을 제한하기 때문에, 개인파산 신청남용에 대한 논란은 많이 줄어든 상태다.
오히려 개인파산자의 무료법률구조를 확대하고, 파산자의 재기를 돕기 위한 대출제도가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에도 소설가 마크 트웨인, 자동차왕 헨리 포드, 만화왕 월트 디즈니, 방송인 래리 킹, 억만장자 로널드 트럼프처럼 개인파산·면책제를 통해 재기에 성공한 인물이 나오지 말란 법이 없지 않은가.

2007년 8월 6일
민주노동당 경제민주화운동본부장 이선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