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6. 26. 16:26ㆍ세상은
일부 종교단체의 반대 속에 ‘인천 노동인권 교육 조례’ 본회의 원안 가결
오늘(26일) 오전9시 사람들이 삼삼오오 인천시의회 본관 앞에 모여들기 시작했다.
사람들 손에는 ‘인천시 노동인권 조례 철회하라’라는 구호가 적힌 손피켓이 들려 있었다.
이들이 모인 이유는 이날 ‘인천광역시교육청 노동인권교육 활성화 조례안(이하 노동인권교육 조례)’ 인천시의회 본회의에서 최종 다뤄지기 때문이었다.(관련기사 : "청소년 노동인권" 법적 근거 마련한 인천시의회)
이날 참석한 일부 사람들은 ‘학생이 노동자냐’, ‘제발 학생인권 운운 그만해라’, ‘애들한테 공부좀 시키자’고 이야기 하거나 몇 몇은 두 손을 모으고 기도를 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들의 바람과는 다르게 이날 인천시의회는 ‘노동인권교육 조례’를 원안 가결하였다.
전국 11번째로 노동인권교육 관련 조례 탄생
이로써 인천시는 국내 17개 시·도교육청 가운데 11번째로 노동인권교육 관련 조례를 만들었다.
사실 ‘노동인권교육 조례’가 가결되는 것은 어찌보면 시대의 흐름이자 지극히 당연한 상식적 결과일지 모른다.
이미 인천시교육청은 2018년부터 ‘학교로 찾아가는 노동인권교육’을 시행하고 있었고, 단지 이번에 통과된 조례는 제도를 마련한 것 뿐이다.
또한 박남춘 시장이 ‘20대 핵심전략’으로 제시한 ‘노동 존중’과 도성훈 교육감이 ‘2020년 교육계획 8대 역점사업’으로 제시한 ‘찾아가는 노동인권 교육 실시’ 등 인천시나 교육청이 밝히고 있는 철학과 계획에도 부합하고 필요했기 때문이다.
인천 청소년 5명 중 1명, “알바 중 부당경험 있어” 제도마련은 시급
지금의 청소년에게 ‘노동’과 ‘인권’을 접할 기회는 얼마나 있을까? 그리고 그들의 처우는 어떨까?
인천 청소년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노동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된바 있다.
인천시교육청이 의뢰하고, 한국교육개발원과 경기대학교가 조사해서 발표한 ‘2019년 인천지역 청소년(만14~17세 대상) 노동인권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는 인천 청소년 응답자 중 5명 중 적어도 1명 이상은 부당한 일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교육청·노동인권 상담 기관등 제도적 장치를 이용하는 비율은 10.0%에 그쳤고, 이와 관련된 교육을 받은 경험이 있는 학생은 전체 39.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청소년들에게 ‘노동’과 ‘인권’에 대한 교육이 절실하다는 반증이었다.
앞서 일부 사람들의 ‘학생은 노동자가 아니다’라는 주장은 사실 이치에 맞지 않는다.
청소년이 공부를 하면 학생이고, 노동현장에서 일을 하면 바로 노동자가 되는 것이고, 결국 졸업하고 나면 노동자가 되는 상황에서 청소년 노동교육을 우려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행복하게 일하기 위해서는 일하는 사람, 노동자에게 필요한 권리를 알아야 한다.
그래야 부당한 처우에 당당히 맞설 수 있고, 잘못된 노동 현실도 바꿀 수 있다.
노동자의 권리를 아는 것은 사용자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중요하다.
그것은 노동의 존엄한 가치와 노동자의 권리를 알지 못하는 사용자는 잘못을 저지르면서도 그게 잘못인 줄 모르기 때문이다. 바로 오늘 의회 앞에서 조례를 반대했던 사람들처럼.
그렇기에 오늘 통과된 ‘노동인권교육 조례’는 민주시민을 양성하는 첫걸음이며, 대한민국 헌법과 근로기준법의 정신에 부합하는 지극히 상식적인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