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급 와인은 누가 무엇으로 결정하는가? <와인정치학>

2009. 7. 8. 21:19리뷰/책

와인 정치학
카테고리 요리
지은이 타일러 콜만 (책보세,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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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정치학> 타일러 콜만 저지.
처음 이 책을 봤을때 유통산업구조에 대한 비판적 고발을 염두해 두고 봤었다. 일전에 누군가가 지금의 사회는 "유통이 곧 권력이다"라고, 이야기 했던게 생각났기때문이다.

당연히 최고급 와인으로 결정나는 것, 와인 라벨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그리고 과연 그에 합당한 가격에 소비자는 와인을 구입하는지 등이다. 하지만 이책에서는 단순한 유통권력의 횡포 혹은 그에 따른 것 뿐아니라, 정치인, 협잡꾼, 환경론자, 논평가 등 수많은 정치 역학이 존재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처음 위드블로그를 통해 이책을 접하면서 쉽게 읽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오산이었다. 일단 내게 익숙하지 않은 용어들이 나를 너무 괴롭혔다. 더욱이 와인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나로서는 생전 처음 듣는 용어였다. 물론 용어에 대한 설명이 나오지만 다른 용어들과 뒤죽박죽되어서 어떤게 어떤의미인지 자주 혼동해서 책을 앞으로 되돌릴 때가 종종있었다. 다만 내가 평소 들어본 용어가 있다면 바로 "떼루아". 이 말은 드라마 제목이기도 했다. 그래서 알긴했지만 사실 드라마나 TV를 별로 보지 않는 나로서는 "떼루아"란 용어도 생소하긴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책을 넘기기 시작한 와인 정치학. "와인"하면 왠지 부드럽고, 달콤하고 기분좋은 느낌을 준다. 하지만 여기에 "정치학"이라는 현대인에게 혐오를 가져올수 있는 낱말을 부여 함으로써 "와인"이라는 사람에게 기쁨을 주는것 역시 그 뒤에 감춰진 무엇인가가 있다는 것을 내포한다.


책은 프랑스의 와인 역사로 부터 시작된다. 와인의 역사는 그리 녹녹치 않았다. 마치 우리 민중들이 처해진 상황처럼. 자연재해, 금주령, 와인 평론가, 정치인들에 인한 와인 정책으로 어려움. 또한 유통업자들에 인하 여러가지로 와인은 어려움에 처한다.  

이런 과정에서 최고급 와인이 탄생괴고 그런 와인은 비싼가격에 팔려나간다. 와인으로 되지 못한 것은 증류되어 알콜로 쓰여 진다. 이런 과정에서 최고급 와인을 만들지 못한 중소 재배업자들은 몰락의 길을 걷게 된다. 물론 대자본, 대농장들은 거대한 자본력으로 이용하여 중소 재배업자들을 합병해가며 덩치를 키워가고 각 재배업자들이 가지고 있는 와인 기술들을 통해 다양한 와인을 만들어가며 최고급 와인을 만들며 살아나간다. 하지만 그러지 못한 중소재배업자들은 망할 수 밖에없다.

설령 최고급 와인을 만든다 해도 유통업자들의 장난질로 인해 제가격에 소비자에게 전달하기란 쉬운일이 아니다. 더욱이 논평가라는 사ㅏㅁ들의 말한마디에 좌지우지 되니 소비자들 와인에 대한 정보는 논평가와 유통업자 그리고 대기업의 홍보일 뿐이다. 소비자 역시 제가격에 와인을 구하는 것 뿐만 아니라 선택의 폭도 제약을 받게 된다.

이 과정에서 중소 재배업자들와 소비자들은 자신들의 권리를 찾기위해 직거래를 시작한다. 아직 많이 발전한 것은 아니지만 이런 시도가 요즘 흔히 알려지 "착한 공정", "착한 소비", "착한 무역"을 생각하게 한다.

일 예로 이 책에서는 로버트 파커라는 유명한 평론가가 나온다. 그의 평론은 와인업계에서 절대적이다. 그의 평가 하나로 와인이 불티나게 팔리는지 혹은 창고에서 썩어야 하는지가 결정날 정도이다.
그의 평론방식은 이렇다.

아침에 와인을 마시고 입을 휑구면서 와인 하나하나에 점수를 매긴다. 90점 이상을 맞는다면 그 와인은 없어서 못 팔정도이지만 그렇지 못한 와인들은 창고에서 썩거나 증류되어 버려진다.

허나 이런 절대적인 기준 문제가 제기된다. 와인은 레드와인, 화이트 와인, 아니면 각각의 재배자가 만든 와인 자체가 특색이 다른데 그런것을 점수로 매기는 것에 대한 문제게기다. 와인에 따라 주변 분위기와 안주에 따라 다른데 그것을 그냥 일괄 점수를 매긴것이다. 마치 지금의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일제고사, 아이들의 특색과 적성이 다른데 똑같은 문제로 점수를 매기고 그것을 절대시 하는 것과 똑같은 상황이다.

모든 사물에 점수를 매긴다면 그게 사람이 살아가는 것일까? 차라리 A와인은 B음식과 궁합이 맞으니까 함께 먹으라고 권하는 평론가가 훨씬 좋은 평론가이고, 와인에 대해 더 잘아는 평론가란 생각이 든다.

책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와인 하나에도 다양한 정칙 역학이 존재하는데, 하물며 우리의 삶은 어떠한가? 그 보다 더 복잡한 정치역학이 존재할 것이다. 즉 대한민국의 정치 현실이 혐오스럽고, 싫지만 그렇다고 우리의 삶이 정치와 무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요즘 논란이 되고 있는 비정규직 문제나, 미디어법, 작년 촛불을 보더라도 정치가 우리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알수 있다.

하기에 우리는 지금의 혐오스럽고 염증이나는 정치에 더욱 관심을 가지고, 참여해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혐오와 염증의 정치를 즐겁고 신명나는 정치로 바꿔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와인 정치학, 우리의 삷 역시 정치의 연장선이다.